[485호/교수의 서재] 자신을 돌아보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다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떠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는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주인공인 뫼르소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자기 삶에서 철저히 이방인으로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소설에서 무엇을 계기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등교육과 진솔 교수의 서재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Q1. 교수님께서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알베르 카뮈에 <이방인>인데요. 제목에도 나오듯이, 주인공인 뫼르소가 낯설고 소외된 사람인 것 같은 이방인의 역할을 해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방인이랑은 조금 달라요. 보통 한 집단에서 소외되는 사람, 집단의 공통적이지 못한 특징을 가지는 사람을 이방인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뫼르소는 어찌 보면 스스로가 자기 삶의 이방인을 자처하는 듯 보여요.
먼저 책의 첫 장면이 뫼르소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시작해요. 하지만 뫼르소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우는 사람을 이상하게 봐요. 장례식이 끝난 후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데 그러한 장면들은 우리가 볼 때는 굉장히 특이하죠. 주요 사건이 절정을 치닫는 부분은 1부의 마지막인데요.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에요. 여기서 충격적인 부분은 총으로 쏴 죽인 이유가 ‘자비 없이 내리쬐는 태양의 이글거림’에 총을 쐈다고 나와요.
결국 뫼르소는 잡혀가고 2부 재판 과정에서는 사람들이 살을 덧붙여요. ‘계획된 범죄일 것이다, 원한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처럼요.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뫼르소는 철저히 소외됩니다. 그 후 결론적으로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아요. 이제 책의 마지막 장면인데, 책의 마지막 장면이 의미가 있어요. 뫼르소는 사형 선고가 다가오면서, 즉 죽음이 다가오면서 비로소 이방인을 벗어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제야 자유를 찾고 안정을 얻는다고 표현이 되기 때문이에요.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이 책은 학부 2학년 종강을 하고 방학 동안 고전을 읽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접하게 됐어요. 저도 한국교원대학교를 졸업하였는데, 임용고사를 앞두기 전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읽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책은 정말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었어요. 책의 제목을 우연히 들었고, 알베르 카뮈라는 사람이 정말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인 <시지프 신화>와 <이방인> 중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이방인>을 읽어보기로 했던 기억이 나요.
Q3.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자비 없이 내리쬐는 태양의 이글거림에 총을 쏜다'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 같은 독자들은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 의도가 뒤에 나오겠지, 생각하죠. 하지만 반전으로 이후 책을 읽어보면 저 문장이 정말 총을 쏜 이유인 거죠. 이 장면이 뫼르소의 이방인으로 사는 삶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요, 자기 삶에서 본인이 소외된 채로 태양에조차 의지해서 행동하는 뫼르소의 장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뫼르소가 죽음 앞에서 안정을 되찾았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이 장면이 앞서 언급한 구절과 대비를 이루면서 뫼르소가 이방인으로부터 탈피한 장면으로 대입해서 봤기 때문에 조금 인상 깊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자유를 느꼈을 테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Q4.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이 책이 더 와 닿았던 계기는 사실 학부생 때보다는 대학원 과정을 밟을 때였어요. 대학원에서 문학교육을 전공하며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책 속의 의미가 그냥 특이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러한 것들을 대응시켜 보면 뫼르소라는 사람이 자기 인생의 이방인인 것처럼 우리도 시키는 대로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뫼르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어요.
뫼르소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내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찾아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대학원 때 제가 <이방인>을 중심으로 글을 썼는데, 그 글의 키워드가 ‘반항’이에요. 여기서 반항은 카뮈가 말한 반항인데, 지금까지의 타성에 젖어서 산 삶이라든지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탈피하는 과정으로서 긍정적인 반항을 이야기해요.
그래서 뫼르소가 죽음 앞에 와서야 이전에 담담함과는 다르게 진실한 자신을 찾은 것처럼 서술하는 모습과 카뮈가 말하는 반항을 통해서, 기존에는 다른 사람에 의해 바라왔던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그걸 벗어나 ‘나’라는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 같은 것들을 맞이하면 어떨지 하는 생각을 더 하게 됐습니다.
Q5. 이 책 외에도 교수님께서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시다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를 추천합니다. 책이 어렵지 않고 삽화가 많이 들어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고 보는 사람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에요. 바쁘게 살아가는 학생분들이 가볍게 읽을 만한 문학책이어서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20대를 살아가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교원대를 입학한 친구들은 다양한 진로로 나아가긴 하지만 어쨌든 예비교사로서 목적을 지니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이번 학기부터는 “교사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교사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을 꼭 OT 시간에 했어요. 교사로서 내가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와요. 그럴 때 나를 자책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나 자신을 더욱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조금 민감할 수 있지만 요즘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 속에서 어떻게 교사로서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될 거 같아요. 예비교사인 분들이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사실 많이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이 될 거예요.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언젠가 나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거나 사방이 막힌 길인 듯한 생각이 들었을 때는 ‘교사’라는 모습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을 먼저 돌아봤으면 해요.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여유도 생길 테고 교사라는 직업을 더욱 행복하게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