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호/교육탑] 평가원 9월 모평, ‘킬러 문항’ 사라졌나
11월 16일, 수능 앞두고 수험생들은 혼란
지난 6월, 정부는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에서 모의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할 것을 발표했다. 이는 공교육을 회복하여 사교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한 수능의 출제 기조를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출제 여부를 놓고 견해차가 발생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11월 16일 수능을 앞두고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어떠한 영향을 줄지 혼란스러움을 야기하고 있다.
◇ 교육부, 지난 6월 사교육 경감 위해 ‘킬러 문항’ 배제 방침 발표
지난 6월 26일 정부는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에서 모의평가를 비롯한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의 기준으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반복 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 ▲대학 과정을 선행학습한 학생이 출제자가 기대하는 바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꼽았다. 이어 정부는 6월 15일 실시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를 겨냥하여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공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난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에서 교육부는 2021~2023학년도 수능 및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 총 22문제를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경질되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6월 모의고사에 출제된 킬러 문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또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엄중 경고를 받게 되었다.
◇ 수능 전 마지막 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 유무 놓고 견해차
9월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모의평가인 동시에 수능 전 마지막으로 실시되는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였다. 9월 모의평가의 최대 관심사는 ‘킬러 문항’ 출제 여부와 ‘킬러 문항’ 없이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 시행계획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EBS 연계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여 출제하고자 하였다”라며 “연계는 영역/과목별 특성에 따라 개념, 지문·자료, 핵심 제재 등을 활용하거나 문항을 변형하는 간접 방식으로 이뤄졌다”라고 덧붙였다. 9월 모의평가의 EBS 연계율은 50%로 전년도 수능과 같았다.
EBS와 입시업체들은 9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은 없었다’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킬러 문항’은 생소한 소재나 전문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도록 출제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면, 이번에는 ▲지문을 정확히 파악해야 풀 수 있는 문제 ▲까다로운 선택지 등을 이용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킬러 문항’이 출제되었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영역에서 “7개의 문항(15.2%)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출제된 것으로 판정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11월에 시행될 수능에서는 킬러 문항이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 및 대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라며 “수능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에서 내세웠던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 등의 기능을 재확인하고 킬러 문항 검토 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9월 모의평가에 킬러 문항은 없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수험생들 ‘물수능’ 우려 … “수능을 몇 달 앞둔 상태, 수험생들 혼란 느낄 만하다”
킬러 문항 배제 이후 변별력 확보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변별력이 떨어져 조금만 실수해도 큰 격차가 발생하는 이른바 ‘물수능’에 대한 우려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킬러 문항을 문제 삼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풀어가는 방식이나 방법, 전략 차원에서 거칠었다”라며 “쉬운 수능 기조를 사전에 밝히면 되는 문제인데, 불과 수능을 몇 달 앞둔 상태에서 교육부 국장을 경질하고, 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바꾸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 혼란을 느낄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잦은 출제 기조 변동 및 정책 변화는 수험생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교육부는 공정한 수능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에게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