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호/기자칼럼] 교육에 집중하는 교사를 꿈꾼다
당신은 직업을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연봉, 능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해당 직종에서 일하면서 ‘만족할 수 있을까?’ ‘행복할까?’ 등을 고려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직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지난 5월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최저치인 23.6%에 그쳤다. 이는 2006년 실시한 만족도 67.8%에서 약 44% 이상 떨어진 수치이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힌 비율도 20%에 그쳤다.
17년 만에 교원의 사기와 만족도는 급속도로 하락하였다. 원인은 무엇인가? 단순 학업 지도와 업무, 학부모 민원 및 상담 등 이유는 복합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교권 추락’으로 볼 수 있다. 교사가 수업 중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교단에 드러눕는 중학생, 배식 중이라 넘어진 아이를 안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처럼 교권 침해 사례는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너무나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학교 현장에선 교사의 교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한국교원대학교는 국내 유일의 국립 종합교원양성대학이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가지고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일 것이다. 하지만 교권 침해 사례가 넘친다거나 현직 교사들은 교직 생활에 만족감을 못 느낀다는 이야기는 ‘교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나아감에 있어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번 여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문제는 큰 화두로 떠오르며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가령 ‘학부모 민원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면 어떡하지?’처럼 말이다. 이러한 걱정은 우리 학교의 예비 교사들만의 것이 아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에서 8월 6일부터 일주일간 교대생 6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1.1%는 ‘서이초 사건’ 이후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
최근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 ‘참 교사는 단명한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훈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소리치고 지도했다간 자칫 잘못하면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는 현실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효과적인 학급 운영 방법이나 학생들을 위한 수업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아동학대 고소 혹은 학부모의 민원 등을 고민하며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진로까지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 다시금 교사의 사기와 만족도를 증진하기 위해선 교사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그래서 교권 회복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8월 17일 교육부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면서 ‘서이초 사건’ 이후 첫 교권 회복 대책을 마련했다. 고시의 내용은 ‘학생이 교사에게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시 물리적 제지 가능’처럼 이전보다 교사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무고성 아동학대 수사엔 대처할 수 없다는 점, 현장에서 유용할 것인지 등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추락한 교권의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앞으로 있을 교권 회복 단계에서 이번 생활지도 고시안이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다. 교사는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거나 성적을 올려 주는 사람이 아니다. 지식 내용을 넘어 학생의 인격적인 발달을 도와주는 존재다. 그래서 보다 많은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고 학생들과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교권 침해 사례들로 인해 교사는 학생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학생의 생활지도를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교권의 회복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위한 것이다. 교사의 사기 저하로 악영향을 받는 것은 교사뿐만 아니라 교사에 의해 교육받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즉 교사의 만족도와 사기 증진은 교사만을 위한 일이 아닌 학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추락한 교권이 회복되어 교사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오직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의 교육을 실현해 나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