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박성민 사무국장 인사발령에 교수 학생 연일 집회, 대학원 총학서도 동참키로

대교연, "국립대 총장에게 거부권 없어, 학교 구성원이 교육부에 계속 항의하는 수밖에"

2017-03-24     하주현 기자

 지난 17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부단장이었던 박성민 씨가 우리학교 사무국장직에 발령되자, 이에 대한 항의 집회가 20일부터 연일 열리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역사학계를 비롯해 각급 학교의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거부당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의 실무 책임자로서,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교사와 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국회의 징계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작년 12월, 새누리당 의원과 보수성향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검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 대부분이 전교조 출신이어서 자꾸 좌편향으로 쓰고 있다”, “교과서에서 가르치질 않으니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모른다. 촛불집회 한다니까 우르르 가서 막 이야기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박 사무국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국가공무원법 63조 품위유지 의무)을 어겼다며 교육부에 진상조사와 징계를 요구했지만 무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조치에 그쳤고, 국회에서 반발하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2월내로 박 부단장을 다른 부서로 인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학교 사무국장직은 그의 새 일자리가 되었다. 이에 20일,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과 교수가 모여 박성민 사무국장의 인사 조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조한욱(역사교육) 교수는 “우리학교는 국정역사교과서 추진 당시 주도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다른 대학과 연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런 학교에 역사교육정상화추진 부단장 직을 맡은 사람을 파견했다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라며 운을 뗐고 “무엇보다 촛불의 힘으로 민주화에 대한 큰 진전을 이뤘는데 박성민의 발언은 교육에 대한 망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곳에 선생님들도 계신데 학교 현장에선 절대 교육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는 가르치는 사람과 교육받는 학생 모두를 모욕한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박 사무국장의 사퇴와 교육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며 대학본부로 이동했다. 대학본부 앞에서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박성웅(물리교육‧13) 학우는 “어째서 고위공무원들은 잘못을 하고서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빈자리를 찾아 이런 구석까지 집어넣어지는지, 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이런가 싶어 너무 화가 났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서 끌어내릴 수 있다면 점점 좋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도록 변화할 것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집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민수(국어교육‧13) 학우는 “박성민의 사무국장 발령은 있어선 안됐을 일이며 우리는 그가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계속 행사를 열며 구호를 외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21일 이어진 집회에는 전날보다 많은 교수와 학생이 참여했다. 김종우(불어교육) 교수협의회 의장은 교협 성명을 통해 ▲비교육적인 인식의 소유자인 박성민 사무국장의 발령을 즉각 철회하고, 교원대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에 공식 사과할 것 ▲교육부는 국립대학의 사무국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대학 총장과 충분히 협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앞으로 가능한 많은,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히려하니 교수님들이나 무엇보다 학생분들이 이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같이 대처해나갔으면 좋겠다”며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전날과 같이 대학본부로 이동하며 “박성민 사무국장은 사퇴하라, 교육부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상규(역사교육·12) 학우는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며 봄이 온 줄 알았는데 교원대는 아직까지도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인사조치를 개탄스럽게 생각하며 분노를 표하고자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발언했고, 박소운(역사교육‧17) 학우는 “이런 처사를 내린 것 자체가 학생들에 대한 존중 의사가 없는 것이고, 교육부가 (박성민 사무국장의 잘못과 관련해)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무마시키려는 느낌을 받아 화가 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편 총학생회가 서지 않고 총학을 대신할 비대위 역시 구성되지 않아 지금껏 역사교육과 학생회에서 집회 관련 실무를 맡아 진행해오고 있으며, 27일 이후엔 재정비를 마친 확대운영위원회가 관련 실무를 맡을 예정이다. 역사교육과 학생회가 학과 일정으로 부재한 23, 24일엔 학내 동아리 행동하는예비교사모임(이하 행예모)이 집회 진행을 맡았다. 행예모의 진행에 따라 23일, "박성민 사무국장은 사퇴하라, 교육부는 각성하라, 총장은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구호와 함께 학생회관에서부터 대학본부까지 이동한 참여자들은 대학본부 내부 1층에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건물 전체에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사무국장실은 비어있었다. 이날 대학원 총학생회 교육연구부 김민찬씨는 "학부생은 아니지만 같은 문제의식을 느껴 동참하게 되었고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행동을 같이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저 역시 단독행동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거부 의사를 표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각에선 총장에게 사무국장의 인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한국교원대학교설치령 제10조에 따르면 '국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부이사관·서기관 또는 기술서기관으로 보한다'고 명시돼있다. 1, 2, 3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부 즉, 교육부가 임명하며 인사권을 갖고 있어 대학 총장의 거부권이 법적으로 마련되어있지 않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이는 모든 국립대학이 마찬가지인 문제로 총장이 의견은 낼 수 있겠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순 없다. 교수와 학생이 계속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해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 최현석 운영지원과장은 박성민 사무국장의 인사 조치를 두고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 발령 취소나 다른 인사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답변 드릴 내용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에 출석한 이준석 교육부 장관은 이번 인사를 두고 "소규모 대학의 사무국장으로 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문책성"이라며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책'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교육부는 박성민 사무국장의 잘못에 대한 처벌로 소규모 대학인 우리학교 발령을 택했다. 2015년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될 예정이었던 김준배 당시 교육부 대변인을 우리학교 사무국장직에 발령시킨 적도 있어 우리학교는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이 잠시 머무르는 도피처로 교육부에게 인식되고 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학생과 교수들은 이 장관의 발언에 분노를 터뜨리며 단체 행동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