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호] 배움터지킴이 10년, 이제는 변해야 할 때
발행: 2014. 02. 24.
배움터지킴이(이하 지킴이)가 학교 현장에서 활동한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동안 지킴이 제도는 그 실효성과 지킴이들의 급여·처우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지킴이가 학생을 성추행하여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 자질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학교폭력 예방의 최전선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움터지킴이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덕성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장이 위촉해 배치한 인력을 말한다. 2005년 시범 운영을 거쳐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로 확대된 지킴이들은 2013년 현재 각 급 학교에서 1만여 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전과가 없는 퇴직 교사, 경찰, 직업군인, 또는 상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지킴이 제도의 문제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현직 지킴이와 학교의 생활지도부장, 학생과 대화를 나눠봤다. 공무원을 정년퇴임하고 2012년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안양 덕천초등학교의 지킴이 한상은(안양·67) 씨는 제도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을 묻자 “올해 3월부터 근로시간과 임금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못해도 5시간 이상을 수업하는 교육 현장과 연금을 받지 못하는 지킴이들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작년까지 아침 8시부터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월 60만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공문을 통해 지킴이들의 하루 근무 시간을 3시간 이내로 줄이고, 임금도 근무일에만 2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한 한 씨는 학교 현장에서 어떤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냐는 질문에 “몇몇은 나를 얕잡아보는 교직원이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어 “지킴이는 학교에 상하관계로 얽매인 사람이 아니다”라며 “학교장의 위촉을 받아 활동하는 직이니만큼 이를 잘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ㅂ고등학교의 생활지도부장은 지킴이 활동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킴이의 활동에 대해 “학교폭력과 관련해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지킴이의 추가 배치를 원하지만, 다른 학교에 밀려 추가 지원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이 있음을 내비쳤다.
지킴이가 배정돼 있던 고등학교를 졸업한 백 모 양(서울·19)은 지킴이 제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지킴이의 역할은 알고 있던 백 양은, 지킴이가 실제 학교생활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었는지 실효성에 대해 묻자 “우리학교는 주로 교문만 지켰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학교폭력이나 교내 성폭력에 관해서는 지킴이 제도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킴이 제도는 지킴이의 근로시간과 임금 및 처우 개선의 문제, 학교 측의 수요에 비해 부족한 지킴이 공급 문제, 제도의 홍보 부족 문제와 실효성 있는 운영 문제 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은 지킴이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려 하는 등의 움직임만을 보일 뿐,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당국은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킴이에게 적절한 근로환경을 보장해주고 학생과 학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운영을 펼쳐 학생들에게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