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호/교육현장엿보기] 덕적고 야구부 창단 사례로 본 도서 지역 학교의 새로운 가능성
덕적고등학교 교사 박세용
공직 발령지의 꽃은 섬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도서 지역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일반적인 교사들에게도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다.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고서야 안 가고 싶어하는 것도 맞겠다. 낯섦, 외로움, 고립감, 두려움의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분명 고되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인천 덕적도 소재의 덕적고등학교이다. 한국교원대가 국내 유일 유·초·중등 교사 통합양성 대학교라면 덕적고는 국내 유일 유·초·중·고 통합학교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한 울타리에 있는 학교이다. 이것은 합쳐도 될 만큼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덕적도는 2,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덕적고는 이곳의 유일한 고등학교이자 전교생 30명 내외의 소규모 학교이다.
이 작은 학교 덕적고가 2020년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학생 수 부족을 겪어 온 덕적고의 폐교를 막기 위한 주민들의 의지로 야구부가 창단되고, 그 결과 각종 신문 기사, 텔레비전 뉴스, 다큐멘터리(KBS 다큐 인사이트 – 덕적도 야구부 편, 2022. 10. 20.),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뜨거운 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회적 관심에 그치지 않았다.
덕적고에 야구부가 창단된 후 덕적고의 학생 수는 30명으로 그중 반 이상이 야구부 학생이었다. 야구부 학생들은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덕적고에서 펼칠 수 있게 되었고, 원래 지역 주민인 학생들도 새롭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접하며 견문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도록 동기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덕적고등학교 야구부는 창단 1년 만에 대표적인 고교 야구대회인 황금사자기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필자는 덕적고 야구부 창단 과정에서 교사 협의체 대표로 참여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도서 지역 학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목도하고 그 긍정적 변화에 기여한 것은 공교육 교사로서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미래 공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학령인구의 급감이다. 최근 지역을 불문하고 학교에 신입생이 없어 개학식을 못하는 일을 접한다. 이것은 공교육 교사인 우리가 직접 겪는 일이고 대처해 나가야 할 현실이다. 덕적고 야구부 창단의 선례를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의 방향성과 공교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교육 공동체 회복, 학생의 꿈과 끼를 실현하는 맞춤형 교육,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개별화 교육의 요소를 덕적고 야구부 창단 선례에서 찾아보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