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파리에서 심은 예술의 씨앗, 한국에도 돋다
반 고흐의 파리시절을 조명하는 전시회 열려
불운한 인생의 흐름에서 고독하게 살았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그런 반 고흐가 세상과 소통한 수단이었던 그의 예술에 대해 조명해보는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3월 24일까지 열린다.
1853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반 고흐는, 화상으로 시작한 첫 직업에서 해고당하고 전도사로 일하면서는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다.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난 뒤부터 어린 시절과 결부된 고독이 점차 심화되고, 프랑스에 대두했던 인상주의와 일본 판화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스스로 그의 천재적 예술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반 고흐의 예술작품은 습작기인 네덜란드 시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양식을 찾아가는 프랑스 시기, 후기로 불리는 아를르·셍레미·오베르 시기로 나뉜다. 이번 <반 고흐 in 파리> 전시는 그 중 프랑스 시기의 작품에 대해서만 다루지만, 반 고흐의 예술 인생에 관한 총체적 기획 전시는 이번을 포함해 10년간 총 3회에 걸쳐 기획됐다. 바로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회고전과 이번 <반 고흐 in 파리>, 그리고 반 고흐의 후기 작품을 조명할 예정인 2017년 <반 고흐, Lst Passion>이다.
◇ 테마 기획 전시를 통해 재미와 심층적 이해, 두 마리 토끼 잡아
이번 전시의 특이점은 연대기적 전시가 아닌 테마형 전시라는 점이다. 기존의 연대기적 서술형에서 벗어나, 주제(테마)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을 제시하며 흥미와 해석을 모두 유발하는 것이다.
전시에는 두 가지 테마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반 고흐, 리얼리스트에서 모더니 스트로’라는 테마로, 습작기인 네덜란드 시기에는 어두운 색채로 노동자의 애환을 풀어내던 반 고흐가 인상주의와 일본 판화의 영향을 받으며 그만의 양식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풀어나간다. 이를테면 <탕귀 영감(사진1)>은 ‘자신만의 양식으로’ 향해가는 반 고흐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전시 내 설명에 따르면 <탕귀 영감>은 날렵한 붓터치와 평면성이 두드러지는 화면에서 신인상주의의 특징을 드러낸다. 또한 가지런한 탕귀 영감과 달리 앞으로 튀어 나올듯한 일본 판화 배경은 반 고흐가 당시 프랑스에 유행하던 일본 판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반 고흐, 작품 속으로’라는 두 번째 테마는 전문가들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의 작품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사료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이해를 돕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887년 작인 <히아신스 줄기가 담긴 바구니>는 ‘작품의 재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내놓는다. 바로 일본 차함의 나무 뚜껑이다.(사진2) 이런 예를 통해 관람객은 반 고흐가 예술적 측면 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의 경우 엑스선 촬영 사진 (사진3)이 함께 전시돼 있는데, 이 사진을 보면 밑그림으로 초상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관련된 모든 사료는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 9점의 자화상 한자리 모여
이번 전시에는 그간 전세계에서 개최된 반 고흐 전시 중 가장 많은 수의 자화상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반 고흐의 자화상은 약 36점으로 추정되며 그 중 파리 시기에 제작된 것은 27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시기에 그려진 9점의 자화상이 전시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사진4)>과 <테오 반 고흐의 초상 (사진5)>을 함께 비교하기도 한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반 고흐가 2년간 파리에 거주하는 동안 그의 동생 테오 반 고흐를 그 린 적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1958년 드 라 파이으가 이에 의구심 을 품으며 <테오 반 고흐의 초상>이 반 고흐의 자화상이 아닌, 동생의 초상 화라는 주장 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먼저 <자화 상> 속의 남성은 귓바퀴가 복잡하며 구레나룻이 제멋대로 나있다. 또한 반 고흐 스스로 얘기했던 ‘붉은 수염’ 을 가진다. 반면 <테오 반 고흐의 초상>의 남성은 둥근 귀에 깔끔한 구렛나루 부분, 황토색 수염의 모습이다. 이는 각각 빈센트와 테오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테오 반 고흐의 초상>이 테오의 초상화라는 증거인 것이다. 이 외에도 자화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은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회는 교육에 있어 의의가 있다.
교육에 있어서 문화는 청소년의 감성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전시회는 그 문화를 실제로 경험하며 자기 것으로 체화시킬 수 있기에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이에 관해 김진영 전시 팀장은 “수업시간에 책 로 배우던 내용을 전시회를 통해 직접 체험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며 “많은 시간을 책상에서 소모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이런 미술 전시는 지식과 감성 두 측면 모두 길러주는 건강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 많은 노력 끝에 선보이게 된 <반 고흐 in 파리>전
명실상부한 대형 기획 전시인 <반 고흐 in 파리>전의 화려함 뒤에는 많은 노력과 고충이 숨겨져있다. 김 전시 팀장은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전문가들의 7년 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를 두고 있다”며 테마 전시를 보다 쉽고 재 게 구성하고자 노력했음을 밝혔다. 또한 이전까지 단 한번도 국외반출 된 적이 없던 <탕귀 영감>을 전시하기 위해, 1억 유로라는 고가의 보험평가액과 각종 노력을 감수했음을 알렸다. 그 결과로 대중 앞에 나오게 된 반 고흐의 예술 작품들은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 술관에서 3월 24일까지 전시된다. 전시 설명(도슨트)과 오디오가 제공되며 관람요금은 성 인 15,000원이다. 전시 관련 문의 1588-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