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호/교수의 서재]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

2023-05-01     김경훈 기자

 

우리는 너무나도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고개를 옆으로도, 위로도 돌리지 못한 채 오로지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에만 열중한다. 도시의 밝은 네온사인과 여러 미디어에서 내뿜는 밝은 빛들은 우리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든다. 인공적으로 만든 빛에 우리의 모든 감각들을 의존하려고 한다. 한밤중 전등이 꺼졌을 때 우리는 오로지 꺼진 전등을 다시 켜려고만 한다. 그러나 그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우리는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 가장 아름다운 빛을 마주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우리의 바쁜 삶 속에서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윤리교육과 김지수 교수의 서재를 통해 당연시하던 내 주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Q1. 교수님께서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다닐 때 읽었던 정진호 작가의 별과 나라는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이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 읽어 내는 그림책이라 어떤 그림들이 등장하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깜깜한 밤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사람이 등장해요. 잘 가는 듯 하더니 자전거의 전조등이 꺼지게 돼요. 전조등이 꺼지고 까맣던 세상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죠. 자전거를 탄 사람은 계속 길을 가면서 보이지 않던 풀들, 반딧불이, 별들을 보게 돼요. 그러다가 비가 오고, 언덕을 오르내리고, 낭떠러지를 만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던 별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도 역경을 모르게 헤쳐 나가죠. 역경이 끝나자 고장 난 전조등이 켜지고 자전거를 탄 사람은 별들이 사라지자 주위를 두리번거려요. 결국 자전거를 탄 사람은 전조등을 끄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 것으로 이 그림책은 끝이 나요.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석사과정을 다닐 때 그림책과 관련된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수여하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님이 강연자로 오신다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세미나에서 정진호 작가님의 강연을 통해 별과 나라는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강연에서 정진호 작가님이 라가치상을 수상한 위를 봐요도 함께 소개해 주셨는데, 저는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가치상을 수상한 그림책보다 이 별과 나라는 그림책이 더 감명 깊게 다가왔어요.

 

Q3.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그림책은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들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글이 없기 때문에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나를 투영해서 생각하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 접했을 때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던 저에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어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별들이 나를 믿어 주고 지켜 주는 가족들,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조등에 비춰지는 나의 삶만 보고 살아가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비가 올 때 우산이 되어 비를 막아 주고, 언덕을 오를 때 밀어 주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게 길이 되어 주는 그런 사람들이 제 주변에 언제나 있었다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었어요.

또 어느 날 이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어요. 이 그림책을 만나기 전에 저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자전거를 탄 사람의 처음 모습처럼 전조등에 비춰지는 그 부분들만 바라보고 살아 왔더라고요. 그것이 뚜렷한 목표일 수도 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교사라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저에게는 더더욱 전조등에 비춰지는 그 세상들은 너무 좁은 세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 더 제 삶을 넓혀 갔던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이 저에게 준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은 그림책에 대한 저의 생각을 바꾸게 해 주었다는 것이에요. 그림책은 유치하고 유아나 아동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림책은 수업에서 동기유발을 할 때 아니면 어떤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한 하나의 매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별과 나를 통해 그림책은 그냥 책 그 자체였고, 소설이나 수필, 시처럼 그냥 즐길 수 있고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는 문학의 한 장르라는 생각의 전환을 준 그림책이에요. 그래서 그림책은 더 이상 아동의 전유물이 아니라 성인도 읽고 깨달음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런 부분들이 강의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어요.

 

Q4.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림책이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소개해 드릴게요. 앞서 이야기해 드린 것처럼 저에게 감동을 준 장면들이에요. 비가 올 때 별들이 우산이 되어 주고, 언덕을 오를 때 별들이 힘을 모아 밀어 주고, 낭떠러지에서 별들이 길이 되어 주는 장면이에요. 저는 이 장면을 보고 어떤 곳을 가든, 어떤 길을 가든 저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났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사진/김지수 교수 제공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지치고 힘들 때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학에 오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 책임이라는 무게를 견뎌야 하는 첫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이 책이 나의 삶에 대해,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짧지만 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느끼지 못한 더 다양한 생각과 통찰들을 여러분들이 자신의 삶에 투영해 낼 것이라고 생각해요.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20대를 살아가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별과 나를 통해 그림책을 새롭게 만나게 되어 이 책을 소개해 드렸지만 다양한 그림책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거든요. 대부분의 그림책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어서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나 수업이 일찍 끝나서 기숙사 밥 먹을 시간이 조금 남았을 때, 공부하다가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도서관에 있는 그림책을 한 번 슥 들여다보세요. 즐거움이나 깨달음이 없는 그림책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여러분들만의 그림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그림책이,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