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박물관, 전시장에서 교육의 장으로

2017-03-22     김택 기자

  귀족의 개인적 수집품의 집합에 불과하던 박물관은 근, 현대에 이르러서 는 과거의 문화유산을 사회적 재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기존의 수집, 보관, 전시에 이어 보존의 역할도 맡게 되었다. 근래 에 박물관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물관들은 제각기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박물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 2000년대 초반부터 학예사, 보존처리사와 분리되어 박물관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사가 등장하는 등 박물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주목되는 것은 지방 박물관이 지역 문화를 활용하여 제작,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립청주박물관의 경우 어린이 토요 박물관, 청소년 토요 박물관을 비롯하여 ‘산성을 쌓은 사람들’ 등 지역색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청주 특유의 ‘직지’라는 지역문화를 살려 ‘교과서 속 직지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 청주박물관 이민수 박물관교육사는 “시민들의 참여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이 정원이 다 찬 상태에서 운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박물관 교육을 전담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박물관교육사가 아직 사회적으로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민수 박물관교육사는 “우리나라에 교육 사가 자리를 잡은 지 오래 되지 않았다. 2004, 5년부터 교육사가 들어오기 시작해 2007년에야 국내 12개의 국립박물관에 교육사를 갖추게 되었다”라며 “이 외의 공립, 사립, 대학박 물관에는 교육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박물관은 박물관 교육에 특화된 교육사가 아닌 학예사가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곧 일부 박물관 이 교육 프로그램 편성과 교재개발 등에 문제를 겪기도 한다. 이민수 박물 관교육사는 “지방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이 거기서 거기란 평을 듣기도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전담할 전문 조직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지역의 특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 대상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초, 중,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연령에 따른 수준을 기준으로 기획된다. 특히 초, 중,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이라는 여건에 맞춰 수준을 달리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학교와 박물관 간의 교육적 연계가 주목된다. 유럽의 경우 박물관이 학교 교육과의 연계가 활발하여 청소년기부터 박물관과 친근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국립전주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등 각지의 박물관에서 수험생과 함께 하는 역사문화교실, 박물관 특별활동 등, 학교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민수 박물관교 육사는 “많은 박물관이 시 외곽에 있을 뿐 아니라 학교가 반별이 아니라 학년별로 움직이는 등, 학교와의 연계가 쉽지 않은 점이 있다”라며 “하지만 도시가 발달하면서 교통편이 편리해지고 반, 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여건이 나아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시행함에 따라 학부모의 요구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들의 방학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각지의 박물관에서 기획되고 있다.
△ “볼 거 없다, 봐도 남는 게 없다”
  이와 같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지만 박물관의 전시물을 통한 교육 또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물관의 전시를 통한 학습은 ‘봐도 남는 게 없다’ 혹은 ‘볼 게 없다’라는 평을 듣기 일쑤다. 자칫 관람객이 잘 알려진 국보나 보물을 바라고 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에 대해 이민수 박물관교육사는 “관람객이 바라는 예쁘고 유명한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은 극소수다. 그러나 관람객이 지나치는 수많은 유물들에는 깊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두루두루 보기 보다는 유물 하나하나의 깊은 의미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 했다.
  이어 이민수 박물관교육사는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관람객이 지속적으로 오게 하여 전시물에 익숙해지게 해야 한다. 이는 개인적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청소년기의 박물관 교육이 중요하다. 어렸을 때 접한 것이 평생 가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을 자주 접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