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호/교수의 서재] 스페셜리스트 대 제너럴리스트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는 누구인가

2023-03-27     한고은 기자
(컴퓨터교육과 김승현 교수 / 한고은 기자)

맞춤형과 다양성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으로 빼놓을 수 없다는 것에 아마 우리 모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관심 영역에 따라 끊임없이 정보를 접하게 된다. 특히 맞춤형 동영상을 제공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서비스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많이 접하는 기능이다. 인간이라면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깊이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공지식의 유용성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고, 이른바 한 번 배운 것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양교육이 새로운 다양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학교 손동현 교수에 따르면 교양은 기초체력과 면역력을 기르는 것으로 전공지식 못지않게 우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인 것이다. 이번 교수의 서재 478호에서는 우리가 갖춰야 할 교양은 무엇이며, 그 이유에 대해 컴퓨터 교육과 김승현 교수와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교수님께서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책인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입니다. 제 학창 시절에 출판된 이 책은 제목이 굉장히 인상 깊어 읽게 되었습니다. 도쿄대학교 학생은 당연히 일본 명문대생인데 바보라고 하니 흥미가 생겼어요.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가 도쿄대생을 대상으로 수업해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상식을 학생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도쿄대 내에서도 수재로 평가받는 이과 학생을 대상으로 지구 둘레의 길이가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못 하던 거죠. 그래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추적해 보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사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육은 많이 닮아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맞춤형수업으로 배우는 내용을 선택해 배움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문제가 생기게 됐어요. 당연히 대학에서는 수준 높은 수업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상식들을 몰라, 대학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재교육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배움이 적은 상태에서 사회에 나가, 실무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맞춤형 수업으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거죠.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한 상황이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내용이 책의 초반부를 차지하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책의 저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양 수업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교양이라는 것은 주위 사람들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상식을 말해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할 때도 취향이 다르면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거죠. 왜냐하면 요즘은 유튜브에서 맞춤형으로 영상을 추천해 주다 보니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만 보게 됩니다. 그러면 같은 유튜브를 이용하더라도 소통이 안 되는 거죠. 결국 자신의 관심 분야만 찾는 사회가 되다 보니 공통의 교양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또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이 교양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지식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분야와 관련지어 맥락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그래서 한 가지 분야만 연구하면 발전이 없다는 거죠.

 

맞춤형 수업은 학습 격차를 줄이고 경쟁을 완화한다는 배경에서 시행되었는데, 교양수업 활성화가 이와 상충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경쟁하고 등수를 매기는 건 또 다른 맥락이라서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교양 지식은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장기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보다는 책을 읽었어요. 시험에 많이 연연하지 않았던 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좋은 성적을 사회에서 요구하기에 대답하기 아주 민감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시험을 아예 무시하기보다는 다른 지식도 탐구하는 것이 후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술적으로 탁월한 것도 좋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에 두고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더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한 가지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인간에 대한 통찰과 교양을 갖추는 게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이 책은 교수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책을 읽고 교양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의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학생들은 실제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가르쳐 주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 필요성을 느끼고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약 10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독서 동아리는 서로 관심 있는 주제들을 가져와 발표하는 동아리입니다. 저는 동아리를 통해 의견 공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를 통해 사람마다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임 한 번만으로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의 교양 수준이 올라가는 거죠. 이처럼 저는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에 오게 됐어요. 컴퓨터가 일상화됐지만, 컴퓨터 관련된 범죄의 실제적 대응 방법을 가르쳐 주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생각은 아직도 저에게 남아 수업을 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의미의 교양이란 무엇인가요?

교양은 한마디로 상식이라 할 수 있는데, 현대 사회 상식과 과거의 상식은 달라요. 과거 유럽에서는 음악과 문학 같은 예술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했어요. 또한 신문을 읽으며, 시사 상식을 많이 아는 것이 교양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상식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교양은 바로 현 사회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입니다. 과거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매체가 책이었다면, 현재는 컴퓨터인 거죠. 그래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더 나아가서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게 현대 사회의 교양이 된 것이죠.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협업이 필요한데, 관계를 맺는 데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알아야 적절한 대화 주제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저는 실생활의 문제 해결이 교양을 쌓는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현재 사회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타인과 교류해야 해요. 그래서 타인과 소통할 대화 주제가 필요한 거죠.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인 분야의 지식과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주제를 모두 포함해서 교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출퇴근할 때마다 오디오북을 듣고 있어요. 처음에는 잠을 깰 용도로 들었는데, 계속 듣다 보니 들을 만하더라고요. 이처럼 학생들이 지식을 넓히려는 자신만의 시도를 하면 좋겠어요. 교양 지식을 기르는 대표적인 방법은 책 읽기이지만, 요즘에는 책만 읽으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죠. 사실 유튜브에도 수준 높은 교양 채널이 많아서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 말고 여러 분야를 다루는 교양 채널들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독서 동아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현대사회에서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도움이 되는 자세는 교양인으로서 지식을 추구하는 태도라 생각해요. 학교에서 선생님은 학생들한테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학생들한테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예비 교원으로서 교양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