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호/사회탑] 주 69시간 근무제 결국 재검토, 그 운명은?
지난 6일, 고용노동부 및 관계 부처가 발표한 근로 시간 개편안은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개편안은 현재 주 최대 52시간인 근로 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으며, 초과 근무한 시간만큼 이후 근로 시간을 조정하거나 휴가로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주당 12시간 단위로 계산되고 있는 연장 근로를 근로자 보호조치 조건 아래 ▲월 ▲분기 ▲반기 ▲년 단위로 확대 계산하여 추가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해당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많은 반발이 제기되어 결국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이 부족했다며 해당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였다.
◇ 정부, ‘주 69시간’ 근로 시간 개편안 발표 … 유연한 근로 시간 조정이 목표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3월에 있었던 대선 이전, 기존까지 주 최대 52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던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는 노동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이후 작년 6월, 고용노동부가 기존의 주 단위였던 주 52시간 제도를 월 단위로 개편하고자 했지만, 야당 및 노동조합총연맹의 비판을 받은 이후, 대통령 측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발표하였다.
이어 작년 12월, 노동개혁의 실현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꾸린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근로 시간 개편안을 정부에 권고하였다. 해당 개편안은 본래 연장근로시간의 기준이었던 ‘주’ 단위를 ‘년’ 단위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개편안을 참고 및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3월 6일, 근로 시간 개편안이 발표된 것이다.
정부는 근로 시간 개편으로 최대 근로 시간은 늘 수 있으나, 평균 근로 시간은 늘지 않는다며 유동적인 근로 시간의 편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계절적 수요나 특수한 케이스의 경우에 업무를 몰아서 하고, 근로 시간을 저축하여 휴가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노동의 문화도 선진의 문화로 바꿔 가야 한다”라며 근로 시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반발, “현실적으로 근로 시간만 늘어날 것”
근로 시간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일각에서는 근로자들의 반발들도 나오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 시간 개편에 대해 찬성 41.1%, 반대 55.3%로 반대하는 의견이 앞섰다. 서울신문이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실제 적용 시 휴가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점 ▲일을 몰아서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 ▲근로자의 과로 및 근무지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점 등이 있었다.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측의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근로 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 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퇴행하는 요소며, 제도적 기반도 부실한 상황에서 연장 근로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주 69시간 근로는 퇴행적이며, 주 4.5일제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주 52시간 일하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리면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MZ 세대도 사람이기에 그렇게 일하면 죽는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해당 개편안에 대한 비판 의견은 외신에서도 나왔다. 이탈리아의 언론사 ‘라 레푸블리카’는 “세계 다른 국가들이 주 4일 근무를 논의하는데, 서울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미국의 CNN은 “근로 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한국은 모른다. 근로시간 상한을 69시간으로 높이려는 정책이 MZ 세대로부터 비판받고 있다“라고 하였다.
◇ 결국 재검토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 … 윤 대통령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들을 것”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거센 반발로 인해 결국 정부는 해당 개편안을 현재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라며, 소통이 부족하였음을 인정하고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가 있다. 또한 근로 시간 상한을 정하는 것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으나, 주당 근로 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라며, 주 69시간 근무제로의 개편을 유보하였다.
근로시간의 개편이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