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호/교수의 서재] 당신이 쏘아 올릴 작은 공은 무엇인가요?
"작은 공을 쏘아 올려 아름다운 저 하늘에 하나둘씩 별이 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우리는 작은 행동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왔을 때, 'A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작은 공을 쏘아 올릴 용기가 부족하거나, 그 잘못됨이 나의 세상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교육'이라는 분야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작은 공을 쏘아 올리는 장이며, 그 방향의 설정이 중대한 곳이다. 음악교육과 임리라 교수의 서재를 통해 우리가 쏘아 올릴 작은 공은 무엇이며, 그 공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Q1. 이 책을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학부 시절 읽었던 책 중 가장 제 기억에 남는 책은 작년 말 타계하신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입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시절 당시 친하게 지내던 사회학과 선배가 권해 주었던 책이었는데,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던 책이었어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었죠.
Q2. 이 책을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의 내용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 빈곤 속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당시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부조리 등을 담고 있습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90년대 말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도, 그리고 세기가 바뀌고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팽배하고 있는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을 마주하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특히 1978년도 첫 출간된 이후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 아직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죠.
Q3.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피아노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제게 당시 책으로 접한 노동자의 삶은 낯설기 그지없었고, 한없이 어둡고 암울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그저 나와는 먼 얘기 같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도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아요. 이런 부조리는 70년대에나 있었던 일이고 지금은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고 있을 거라고 순진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 책을 마주한 후로 나와 다른 환경에 처해진 사람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감 능력을 키우게 된 것 같습니다. 성인으로서 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해 나가며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키우게 되었고요. 지금은 겁쟁이이자 현실주의자로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반드시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Q4. 20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천국을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이 책의 간결체는 공백 속에서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합니다.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는 비단 노동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는 피상적으로는 '계급 없는 사회'이자 '수직 이동의 기회가 열려 있는 사회'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적 실체는 누군가의 희생과 끊임없는 패배를 강요하며 보이지 않는 계층 간 계급의 벽을 계속해서 더 높게, 더 견고하게 세워 나가는 듯합니다.
요즘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처럼 정직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든지, ‘흥부 놀부’ 이야기처럼 가난하게 살더라도 착하게 살며 열심히 노력하게 되면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부모의 배경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장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금수저 흙 수저’ 유행어는 노력 여하에 따른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처절하게 꺾어 버리는 현실을 반영하는 자조적 표현이겠죠. “우리 아이가 임대 아파트 아이와 학교 다닐 줄 알았으면 이사 오지 않았다"라는 플래카드가 버젓이 걸리는 사회, 바로 근처에 사는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담장으로 길을 막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서 우리의 학교 교육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우스갯소리처럼 등장한 "패딩 계급도"에 웃지 못하며 상대적 계급의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에 교사가 되어 편견 없는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며 차별 없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정의가 옳음을 몸소 보여 주는 떳떳한 삶을 살아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한줄기 빛이 되어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요. 끝없는 경쟁 속에서 위만 쳐다보며, 더 높이 가야만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함께 가자고 손 내밀 수 있는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