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호/사회탑]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아직 끝나지 않는 고통

2023-03-13     이유정 기자
사진 / 유니세프 제공

 

지난 26(현지시간) 오전 4시경과 오후 1시경에 두 차례의 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를 강타했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합쳐 이미 총 5만여 명이 넘는 사상자를 발생시켰지만, 현재까지도 여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튀르키예, 오랜 내전 중의 지진으로 고통이 가중된 시리아에서는 지진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고강도 여진으로 인한 피해 속출 이재민들의 고통도 심각해져

지난 6일에 일어난 튀르키예 지진 이후 현재까지 1만 차례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였고, 그 중에는 규모 5~6짜리 지진도 40여 회에 걸쳐 일어났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튀르키예에서 규모 6.3 여진, 27일에는 규모 5.6 여진이 발생하여 건물 붕괴와 사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에 따르면 건물 17만여 채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안에 48만 채 규모의 새집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재건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는 공식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지 인권단체는 건물 7천여 채가 무너지고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이재민들은 추위 속에서 주거 공간, 전기, 식량,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더해 상당수의 이재민이 의료진, 의약품 부족으로 지진으로 인한 부상 치료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진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가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으로 정신적으로도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지진을 겪은 아동들은 불안감,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을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튀르키예 정부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거세져 내전에 지진까지 겹친 시리아

튀르키예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건축 부패 등의 문제점도 제기되어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튀르키예 국민들은 정부의 구조작업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생존자 구조 골든타임이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 기관들이 상부 결정만 기다린 것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발생 35시간 후에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했다. 또한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에 대비해 20년 넘게 지진세를 걷어 왔다. 그렇게 징수된 지진세는 총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모인 지진세의 용처에 대해서는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는 판과 판의 경계에 놓여 있어 오래 전부터 지진 위험 지역이었다. 그만큼 튀르키예는 내진에 대한 규정이 잘 정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부실 건축물은 피해를 더욱 키웠는데,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는 에르도안 정권이 경제성장을 위해 이른바 건설붐을 일으킨 곳이다. 건설붐은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건축물 사면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내진 설계를 하지 않는 등의 불법건축물에 대해 돈을 받고 법적인 책임을 면해 주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지진에 무너질 허술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다. 특히 선거시점에 맞춘 주기적인 건축 사면 조치가 불법 시공을 부추겼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이번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하타이주의 도시 에르진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외케스 엘마소글루 에르진 시장은 나는 단지 불법건축 시도를 일절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건물 관련 방침은 주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정치에 개입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10년 넘게 내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시리아는 지진의 피해까지 더해져 고통이 가중되었다. 지진 발생 후에도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고, 지진 피해를 받은 시리아 북서부는 반군 점령지역인 데다, 시리아 정부가 국제 제재를 받고 있어 지진 직후 여러 지원에서 소외되기도 하였다. 뒤늦게 인도주의 통로를 추가하기로 합의했지만, 원활한 구호품 전달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튀르키예와 앙숙인 그리스, 시리아 정권과 선을 그어 왔던 아랍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역대 최대 규모(118)의 해외긴급구호대(1)를 파견해, 8명의 생명을 구해 내기도 하였다. 이어 2진 구호대는 이재민 구호·현지 재건 등을 목표로 의료 인력 등을 포함한 21명과 함께 텐트, 담요, 침낭 등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1000만 달러 이상의 재원을 조성해 이재민 임시 거주촌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진 난민들을 위해 기부하길 원할 경우, 튀르키예 대사관 공식 계좌 혹은 대한적십자사, 유니세프 등과 같은 단체에 기부금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