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7호/종합탑] 기술교육과 L교수 갑질 논란, 학내 인권감수성의 현주소는?
제보자 A씨, “저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학교 기술교육과 소속 L교수가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건에 대하여는 중앙선데이에서도 2월 11일에 보도된 바 있다. 우리학교 기술교육학과 소속 대학원생 A 씨는 한국교원대신문에 제보를 통해 L교수로부터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렸음을 털어놓았다. L교수가 A 씨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폭언 ▲부당한 심부름 ▲특정 대학원생 무시 ▲지도교수 업무 태만 ▲성적 관련 조치에 대한 설명 미제공 ▲실습실 출입 권한 삭제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이에 한국교원대신문은 학내 갑질 논란 특별취재팀을 꾸려 해당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2주간 취재를 진행하였다.
◇ 대학원생 A 씨의 제보 … “폭언, 차별, 부당한 심부름까지 견뎠지만 졸업 불가 판정”
A 씨는 L교수의 폭언은 주로 회식 자리 등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L교수는 회식자리에서 A 씨의 기간제 교사 경력을 두고 “기간제가 무슨 선생이냐”, “선생 해 봤다고 하지 마라”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또한 L교수는 A 씨에게 “꼬우면 네가 교수해라”라며 A 씨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속하였고, 계속된 폭언에 A 씨는 L교수와의 회식 자리를 기피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 2조의 ② 대학원생은 어떠한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업하고, 연구하고, 근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A 씨는 L교수가 자신에게 간단한 잡무의 수준을 넘은 높은 강도의 부당한 심부름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L교수가 자신이 출간할 책의 편집을 A 씨에게 지시했으며, 편집을 맡아서 하는 대학원생은 다른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거의 한 달 동안 이 일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이외에도 A 씨는 L교수로부터 오후 9시 경에 HWP 파일의 내용을 PPT 파일로 작성해서 보내 달라는 갑작스러운 요구를 받는 등, 대학원생 신분에 무리한 지시나 부당한 심부름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 10조 대학원생은 자신의 학업 및 연구와 관계가 없는 부당한 일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A 씨는 L교수가 작년 10월에 있던 세미나에서 A 씨의 논문을 집어던지며 “논문 알아서 쓰라”라고 하였고, 이후 세 차례의 세미나가 있었지만 A 씨를 지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학위 청구 논문 공개 발표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A 씨는 제외 사유를 이메일로 문의하였지만, L교수에게서는 “논문이 부족하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A 씨는 작년 임용시험 1차 시험을 합격하였음에도 졸업 불가 판정을 받아 2차 시험에는 응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 6조의 ① 대학원생은 자신의 학업 및 연구결과 평가에 대해 평가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평가자는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책임을 갖는다.
A 씨의 말에 의하면 L교수는 A 씨의 실습실 출입 권한을 삭제하고는 A 씨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현재 L교수의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진행한 상태이다. 또한 A 씨는 L교수가 학과 소속의 고가의 카메라를 사적으로 유용하였다고 말하며 이에 대해서도 업무상 횡령 혐의로 L교수를 고발하였다.
◇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 A 씨의 제보와 엇갈리는 L교수의 의견
반면 L교수는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A 씨와 대학원생들에게 폭언, 차별을 일삼고, 부당한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을 학위 청구 논문 심사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 L교수는 “A 씨가 준비한 논문이 부실해서 그런 것”이라며 “수차례 집중적인 논문 지도를 하였으나, A 씨의 논문이 조사연구로서 연구 수행을 위해 연구 문제에 따른 질문지 문항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조사 대상의 표집이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져 조사 연구 수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석사학위 청구 논문 공개 발표 대상에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실습실 출입 권한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L교수는 “2021년 2학기에 A 씨가 대학원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게 되어 출입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2022년 1학기부터는 다른 근로장학생이 근무하기에 A 씨의 권한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L교수 본인이 받고 있는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A 씨가 자신이 논문 발표를 못 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날조하여 고소, 고발한 것”이라고 말하며 “본인이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무혐의 처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받아들여지지 않은 생활 고충 민원 … 대학원 측, 인권센터로 통보 안 해
A 씨가 먼저 도움을 청한 것은 대학원이었다. A 씨는 대학원 측에 생활 고충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대학원 측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실습실 출입 권한 삭제는 엄연한 업무방해”라고 강하게 호소하였지만 대학원 측은 이를 생활 고충 민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속적인 민원의 제기로 결국 A 씨가 요구한 지도교수 변경은 받아들여졌으나, 그 과정에서 A 씨가 진정으로 원했던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한국교원대학교 인권센터 규정〉 제16조 3항에는 ‘센터 이외의 학내 기관이 접수한 신고나 민원이 인권침해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센터의 조치가 필요한 때에는 즉시 센터에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원 측은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 씨의 생활 고충 민원과 관련하여 해당 규정을 준수하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당초 주된 민원 사항이 지도교수 변경에 관한 건이어서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 ‘학내 기관은 무엇을 했나?’ … 교수지원과, “결정된 혐의 없어 징계 곤란”
A 씨는 L교수가 현재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학교 측이 징계 절차에 착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직위해제)에 따르면 금품 비위, 성범죄 등의 비위행위를 저지른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학교 측은 아직까지 가만히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수지원과 측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횡령 관련하여 전달받은 내용은 있으나, 아직 수사 개시 단계로 결정된 혐의가 없어 징계에 착수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덧붙여 “해당 법률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금품 비위, 성범죄에 버금가는 중대한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지 않다면, 무조건적인 직위해제는 역으로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라고 하였다.
A 씨는 또 “인권센터 측에서 차별 및 갑질에 대한 사안을 인지하면 나설 필요가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인권센터 측은 L교수와 A 씨 간의 일련의 사건들을 인지하고 있었냐는 한국교원대신문의 질문에 대해 “해당 사건에 대해 일부 인지하고 있었으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답변했다. 또, 폭언, 부당한 심부름 지시 등 해당 사안에 대해 정식으로 접수된 건이 없었으며, 대학원 측으로부터 A 씨의 고충 민원 사실들에 대해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 갑질 대처 방법 모르는 학우가 88.3% … 학내 구성원의 갑질 인지도 개선 필요
본 취재에서, A 씨와 학내 관련 부서 측에서는 공통적으로 증거자료 미흡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고자의 경우, 관련 기관 신고 당시 증거 부족으로 인해 일부 사안에 대한 신고가 망설여졌고, 관련 부서의 경우, 조치를 취할 증거가 부족해 난감했다는 것이다. 또한 A 씨는 자신의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동료들의 소극적 대응 또한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제보자 A 씨는 자신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학내 갑질 피해 구제 시스템이 보완되고, 학우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의 확인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내 구성원의 지속적인 확인과 관심이 필요하다.
한편 A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알고 있는 학우는 얼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원대신문에서 3월 6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진행한 ‘학내 갑질 인식 실태 조사’에서 “갑질을 당할 경우,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43명 중 88.3%(38명)의 학우가 “아니요”라고 응답했다.
갑질은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며,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피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갑질 피해를 목격했을 시, 해당 상황에 대한 증언, 전문 기관으로의 도움 요청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현재 우리 학교는 대학본부 입학학생처에 인권센터와 KNUE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갑질 관련 업무는 인권센터가 맡아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관련 대응책의 허점이 존재하는 만큼, 피해자는 갑질 피해와 관련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기관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학교 측에서는 학내 갑질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응 체계의 마련과 함께, 학생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며, 교수들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