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호]‘자랑스러운 청람인’

2017-03-22     편집장

  지난주, 인재개발본부는 학생회관과 식당 앞에 2013년도 임용시험에 합격한 졸업생들의 명단을 게재했다. 이 현수막에서 인재개발본부는 그 졸업생들을 ‘자랑스러운 청람인’이라 불렀다. 이 논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졸업생이 그들에게 있어서 자랑스러운 청람인이라면, 임용시험에 불합격한 졸업생은 그들에게 있어서 어떤 청람인일지 궁금하다. 또 교직이 아닌 다른 길을 꿈꾸고 있는 졸업생들은 그들에게 또 어떤 청람인일지 역시 궁금하다.
  인재개발본부가 현수막을 게재한 장소는 많은 학생들이 오고가는 학생회관이었고, 그 시기는 더군다나 졸업식을 포함한 때였다.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그 현수막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실명과 학과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커다랗게 게재된 것을 보고 모든 ‘자랑스러운 청람인’들이 유쾌해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졸업해 떠나는 정든 학교가 자신이 아닌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만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청람인들은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인재개발본부에서는 이 현수막이 홍보용으로 제작됐다고 했다. 누구에게 무엇을 홍보한다는 얘기인가. 졸업식을 맞아 학교에 방문할 불합격자들에게 합격자를 홍보한다는 것인가.
  자랑스러운 청람인을 이야기하는 이 현수막들은 마치 고등학교에서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자랑스레 알리는 현수막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고작 고등학교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한다는 이유로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그 현수막들 말이다. 교육단체들에서 2009년 1월부터 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결과, 지난해 11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특정학교 합격 홍보가 학벌 차별을 조성한다며 이러한 홍보를 자제할 것을 각 교육청과 중등학교에 요청했다. 홍보 현수막에 대한 반감이 공식적인 것으로 표면화된 첫 사례다. 물론 우리학교는 인권위의 요청을 받은 기관이 아니니 이런 현수막을 게재하고 당당할지도 모르겠다.
  이 현수막은 학생회관뿐 아니라 식당 앞에도 게재됐다. 새터에 참여한 새내기들은 물론 재학생들 역시 그것을 모두 봤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임용시험 합격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던 모양이다. 새내기들에게 우리학교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였겠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새내기들이 그것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동시에, 불과 3개월 전 인재개발본부장이 사도교육원 특강에서 누누이 강조한 임용시험을 혹여 재학생들이 잊지는 않을까 다시 공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에 인재개발본부의 교육관이 우리학교의 그것과 다르기를 바란 적이 있다. 그 염원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스마트교육을 선도하겠다는 우리학교, 전국에서 교육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우리학교가 스스로 그 ‘선진교육’을 실천할 수도 있어야 하겠다. 수능이라는 제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임용시험 합격을 강조하고, 학벌 차별 타파를 이야기하면서 임용시험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나누는 모순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교원대학교는 교사를 길러내는 곳이지, 임용시험 합격자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