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호/사설] 개선이 필요한 언어 표현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라는 용어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 및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주기도 하므로 병명을 개정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였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치매’라는 용어는 ‘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하여 ‘癡呆(어리석다라는 의미)’라는 한자로 옮긴 것으로, 일본에서 전해져 해당 한자어를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고 있는데, 주변 여러 나라에서는 병명을 ‘인지증(認知症),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개정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기존에 사용되던 병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한 예로는 ‘조현병’과 ‘뇌전증’을 더 들 수 있는데, 이 용어들은 예전에 쓰던 ‘정신분열증’과 ‘간질’을 개선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 표현의 문제를 찾아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한 사례는 여러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업계에서 써 왔던 ‘하청업체’란 용어는 갑과 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업체 중 을의 입장에 있는 기업을 일컬을 때 써 왔다. 그래서 이런 용어를 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하도급’이란 용어로 바꾸자는 노력이 있었고 이 용어 또한 상하 관계가 느껴지는 용어라는 비판이 있어 ‘협력업체’라는 용어를 쓰자는 개선 방안을 찾았다.
한편 가정의 유형을 일컫는 말로 썼던 ‘결손가정’이란 용어는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데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따로 살아서 미성년인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용어가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라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한 가정’에 초점을 두어 사용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정의 유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용어를 만들어 쓰게 되어 ‘한부모가정’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 썼던 ‘불구자’라는 용어는 “몸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란 의미로 써 왔는데, 이를 대체하는 용어로 만든 것이 ‘장애인’이다. 이런 움직임과 함께 장애가 없는 사람을 일컫던 ‘정상인’이란 용어도 ‘비장애인’이란 용어로 바꿔 쓰는 게 일상화됐다.
앞의 예들처럼 개선된 언어 표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기존에 쓰던 표현이 문제가 있어 이를 개선한 사례에는 어떤 게 있는지를 많이 찾아보고 일상생활에서 개선된 표현을 관심 갖고 사용하면서 개선 표현이 공동체의 원만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에 우리 주변에서 개선이 필요한 용어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별, 인종, 장애, 나이, 종교 등 여러 차이로 인해 차별적인 표현이 만들어진 게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어떤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인식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 때에는 내가 쓰는 표현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두루 살펴서 평상시 별 무리없이 써 왔지만 특정 관점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된다든지, 공동체 내 어떤 구성원에게는 불쾌한 표현일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개선 표현으로서 삼을 만한 것을 떠올리고 대안을 찾고 이를 공론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때에는 기존에 써 왔던 표현들과 상충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게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에 ‘저출산’이란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다.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음’이라는 뜻인데, 신생아가 적은 이유를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에 중점을 두어 표현한 것이므로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인구를 토대로 나온 수치이고, ‘출생률’은 남녀노소를 모두 포함한 전체 인구 대비 출생아 수를 의미하므로 용어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서 신중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면 기존에 사용해 왔던 용어와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개선된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도 개선할 표현을 찾아서 개선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중도탈락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미등록자, 미복학자, 자퇴자, 성적경고자 등 여러 유형을 통틀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탈락’이라고 하면 성적경고를 여러 번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학교라는 범위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학생들에게 주로 쓰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퇴자의 경우는 우리 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를 찾아가서 자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때, 이를 ‘탈락’이라 표현하는 게 과연 적절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탈락’이란 표현보다는 ‘이탈’이라는 표현을 써야 우리 학교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 우리 학교의 발전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쓰는 언어 표현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