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호/교육기획] 교전원 도입,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고찰하다

2023-02-13     김재하 기자, 이유정 기자, 이예린 기자

교육부는 지난 15,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교육개혁 중 하나로 교육전문대학원(이하 교전원)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에, 지난 118,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이하 교총협)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 교대 교수들이 참여한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총회(이하 교수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교육기획에서는 교육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교전원에 대해 알아보았다.

 

교육부, 내년 교전원 정식 출범 계획 ··· ‘석사급 교원양성’, ‘현장 전문성 함양필요성 제기

교육부는 현장교원과 전문가 등이 포함된 위원회를 1월 중 구성해 미래역량 함양, 교육현장 연구·실습을 기반으로 대학원 수준 교원양성 및 교·사대 혁신을 지원하는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4월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올해 시범학교 2곳을 선정하고, 내년에 교전원을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양성규모 적정화·양성교육 전문화 목표만 제시하고, 대학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대학 내 자체조정을 하거나, 기관 간 통합을 할 수도 있다. 아직 교전원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교전원 졸업자에게 정교사 1급 자격증이나 임용시험 면제 특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도 교전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교육혁신자문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교대와 사범대를 전부 통폐합하고 교육전문대학원 체제 개편을 추진했지만, 여러 반발과 현실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해 개편이 흐지부지되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원양성 기간을 늘리거나, 교원양성을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은 중장기 논의과제로 미뤄졌다.

이번 교전원 도입 배경에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원양성 과정이 석사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 제기 교사의 현장 전문성 향상 필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 현재 임용제도에 대한 문제의식 등이 있다.

석사급 교원양성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의 교원양성 연한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등 교원의 경우, 독일 6.5, 오스트리아 6, 핀란드 5, 스웨덴 4.5년 등 교원양성기관 수업 연한이 우리나라보다 길다. 초등 교원도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이 우리나라보다 오랜 교원양성 기간을 요구한다. 우리학교 초등교육과 김현욱 교수는 한국의 교사는 우리가 전문가라고 지칭하지만, 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할 방법이 대학원 수준의 연구자로서의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기에 교전원 도입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사의 현장 전문성 향상에 대한 요구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교육계에서는 예비교사들의 실습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연장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리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현장성을 갖춘 교원을 위해 실습학기 등이 강조되면서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의 경우, “교육부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교원양성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현행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중등교원 양성기관의 수업 연한 / 출처 OECD

 

교수진 간 논의도 계속돼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 ‘5·6년제 통합 연계 과정제안

지난 116, 교전원 도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공립대 사범대학장협의회가 긴급 임시총회를 열었다. 부산대 사범대 한 교수는 사범대 학부 유지 여부 교수진 개편에 대한 논의 임용고시생들에게 피해는 없는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교전원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지난 118, 전국 12개 국립 초등교원양성대학 교수들이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총회를 열어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발제를 맡아 전 과목을 담당하는 초등 담임의 특성 핀란드, 미국의 최우수 교사 양성 프로그램 등은 학부 석사 연계 프로그램이 많음 교사 준비 교육과정을 2년으로 줄여 전문성 약화 양성체계 개편으로 인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근거로 ‘2년제 교육전문대학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5·6년제 통합 연계 과정은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덧붙여 교사 과잉 공급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기존의 교대·사범대를 교육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학부 과정부터 전문대학원 과정까지 단일한 교원양성과정을 이수하는 방안이다. 이외에도 수행 중심의 임용제도 마련 교수진 역량 강화 및 역할 변화 등의 세부 과제를 제시하며 발제를 마쳤다.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총회의 지정토론에 참여한 우리학교 초등교육과 김현욱 교수는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교전원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일반 학부를 졸업 후 교전원을 거쳐 교사가 되는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근거로 교·사대 졸업생의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장에 토론자로 참석한 교수들은 교전원 도입에 대한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 대학 정원 관리 임용 방식 교육과정의 변화 등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차이를 보이며 우려와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교대 총장협의회장 박판우 대구교대 총장은 총회를 마치고 대학별 토론 이후에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교육부와 소통하면서 좋은 안이 도출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전국교원양성대학교 교수총회 / 경인교대 제공

 

전국 교대생·사범대생 거센 반발 이어져 우리학교 학우들 역시 약 90% 반대

18,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전원 도입의 철회를 강하게 촉구하였다. 교대련은 교육부의 교전원 도입 계획에 대해 정부가 당사자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전원 도입은 교육의 관점이 아닌 경제 논리 아래에서 강행되고 있다라며 무작정 재학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 외에도 지난 9,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생회 역시 교육부는 당사자가 배제된 교육전문대학원제도의 성급한 도입을 중단하고 미래 교육을 이끌어 갈 사범대학 학생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라라고 성명서를 제출했다.

교대련 교전원 도입 반대 기자회견 현장 / 교대련 제공

 

교전원 도입에 대한 교대생·사범대생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학교 학우들은 교전원 도입에 대해 어떤 인식과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교원대신문은 교전원 도입과 관련한 학내 인식을 2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였으며, 164명의 학우가 응답하였다. 먼저 교전원 도입에 대한 우리학교 학우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전원 도입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항에서 91.5%의 응답자가 높은 관심도(매우 높음 55.5%, 높음 36%)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교전원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항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반대한다(62.8%) 반대한다(27.4%) 보통이다(4.3%) 찬성한다(4.9%) 매우 찬성한다(0.6%)로 응답이 분포하였다. 교전원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사범대와 교대를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음 2년제 대학원만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어려움 교사 연봉 및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음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면 교전원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 가능 임용고시의 높은 경쟁률을 분산시켜 줄 수 있음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선호하는 교전원 도입의 방안에 대한 문항에서는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이 통합된 5·6년제(62.2%) 학부 과정 졸업 후 진학하는 2·3년제(29.9%) 순으로 응답자 수가 많았다.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이 통합된 5·6년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학부과정에서부터 교육을 전공한 학생이 교전원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더 전문적인 교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2·3년제 대학원을 추가로 이수하는 것이 비용적, 시간적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등의 응답이 있었으며, ‘학부 과정 졸업 후 진학하는 2·3년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자질을 지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진로에 대한 학생의 선택이 더 존중되기 때문이다등의 응답이 있었다.

교전원 도입과 관련하여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등 우리학교에 어떠한 대응을 기대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 및 적극적인 의견 피력 지속적인 대응 현황 공유 기존 교대·사범대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촉구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교전원 도입에 대한 학내 인식 / 한국교원대신문

 

총학생회는 교전원 도입과 관련하여 학내 여론을 수렴하여 오는 15일 초등교육과 학생회와 함께 총장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전국사범대학생회연합과 공동 대응을 통해 교육부와의 면담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논의 과정에서 예비교사가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꼬집으며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모두 함께 교육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전문가들의 눈으로 내다본 교전원 도입의 전망은?

교전원 도입의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을 살펴보고자 현재 교전원 관련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우리학교 초등교육과 김현욱 교수,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교전원 출범의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성천 교수: 교전원에 대한 예비교원과 현직교원, 일반 시민들의 여론지형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다만, 교육부의 경우, 전면적인 개편이 아닌 시범운영을 통해서 그 성과를 보면서 확산하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2~3개의 시범운영 모델을 세우는 것 그 자체는 어렵지는 않지만, 그것의 전면화라든지, 교전원 출신들의 임용고 응시 여부, 기존의 교사대와 교전원 간 관계 설정 등은 상당히 복잡한 방정식으로 봐야 합니다.

김현욱 교수: 교전원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들과의 협의를 거쳐 교전원 입학 정원과 교사 정원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도록 조정하여 교사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1급 정교사 자격증 부여, 추가 호봉 인정 등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신장하는 것에 대한 보상체계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그 외에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지원 체제들도 잘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Q2. 교전원 도입의 전망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성천 교수: 교전원은 엄밀히 말해서 우회로라고 봅니다. 교사대 교육과정이라든지 교원 임용고시의 전면 개편이 더욱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론 중심의 교육과정과 지필 위주의 임용고 제도로 인해 학교 현장에 가서야 스스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배우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은 현행 교원양성체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교전원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교원양성기관의 개편, 교육과정 체계와 실행 방식, 교수진의 다변화 등이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김현욱 교수: 교원양성체제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궁극적인 이유에는 현장 연계성교사의 연구 역량이라는 두 가지 큰 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적 지식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까지는 그것을 현장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매우 부진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교육 성취도가 높게 나타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연구자로서 교사를 길러 내고 있는 만큼 교사를 연구자 차원에서 육성해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대학원 체제만으로 충족될 것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비교사들이 보다 현장과 연계되고,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과 내용, 교수진의 혁신이 필요하며, 교원양성기관 간의 연계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합니다.

 

Q3. 교전원 도입과 관련하여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남기시고 싶은 말씀이나 당부가 있으신가요?

김성천 교수: 지역별로 각 국립 교대와 사대가 존재하는데, 한국교원대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는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숙명적인 질문이었다고 봅니다. 한국교원대가 실험대학, 선도대학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와 우리 교육의 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 내고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성, 시민성, 지역성, 공동체성의 가치를 우리학교의 교육과정과 문화, 일상에서 어떻게 내실화하고 구현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다 보면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의 길이 보이리라 믿습니다.

김현욱 교수: 교육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교원양성기관이 교원대처럼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곤 해요. 그만큼 우리학교는 교육계의 선구적인 모형을 만들어 내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는, 아주 중요한 특수성이 있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우리학교가 교육부가 제시한 안에 잘 녹아들기 위한 논의보다 조금 더 새롭고 과감한 모형을 우리가 시도해 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 또한 아직 교육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표면적인 것만을 보고 반대하기만 하는 태도보다 예비교사로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이 사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고, 새로운 방안을 용감하게 제안해 보기도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