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호/교육탑]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될까 … 교육계의 ‘동상이몽’

2022-11-28     김재하 기자

지난 15일, 정부는 내년 총 11조 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 관련 법안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유·초·중등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22일에 있었던 공청회에서는 대학 재정난 극복을 위한 재원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 대학 재정지원 평균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

지난 15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어 내년 총 11조 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회계 11조 2천억 원 중 8조 원은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 내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예산에서 조성하며, 3조 원은 각 시·도교육청에 배분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교육세에서 이관할 계획이다. 나머지 2천억 원은 일반회계 추가 전입분이다. 

발표대로 내년에 특별회계가 설치되면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은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 기준 12조 1천억 원에서 3조 2천억 원 늘어난 15조 3천억 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는 대학 일반 재정지원 규모도 1조 2,902억 원에서 2조 8,18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 재정지원이란 정부가 모든 대학에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말한다. 이에 따라 국립대 한 곳당 지원액은 평균 88억 원에서 176억 원, 수도권 사립대는 평균 49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별회계 신설로 증액되는 재원 3조 2천억 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조 1천억 원을 지방대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도의 맞춤형 인재양성과 지방대학 특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연간 5천억 원 규모의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 신설 ▲기존 대학-지자체·지역산업·혁신기관 협력지원사업(RIS)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지역연구중심대학(Glocal BK) 추가 선정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 밖에도 ▲국립대를 비롯한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여건 개선 ▲평생교육체제 구축 지원사업(LiFE)을 ‘라이프 2.0’으로 개편 및 16개교 추가 선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관련 법안 제·개정부터 선행되어야 … 교육세 이관에 대한 유·초·중등 교육계 반발 심해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특별회계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유·초·중등 교육의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를 떼어 내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것에 대한 유·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이 커 세 법안의 연내 통과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브리핑이 있었던 당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이하 교부금 교육감 특위)’는 대국민 성명서 제출 및 입장문 발표 이후 국회 소통관에서 학부모, 교원단체들과 함께 꾸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교부금 교육감 특위는 “유·초·중등 학부모와 교육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는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거듭 밝혔다. 

특히 교육기부금의 경우 대부분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유·초·중등 교육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채송화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의원은 “지금도 학생교육활동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비는 부족한 현실”이라며 “교육예산을 고등교육으로 전용하면, 경직성 경비를 줄일 수 없어 학교교육활동 예산이 더욱 축소돼 학교의 교육 수준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 교육계 내부에서도 입장 대립 … “교육세 활용이 현실적” vs “별도 재원 확보 방안 필요”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대학 재정난 극복을 위한 재정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는 대학 교육계와 유·초·중등 교육계의 입장이 엇갈렸다.

여당 진술인으로 나선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국내 대학은 14년째 동결된 등록금과 늘지 않는 국고 지원에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급감하는 고등교육 예산 규모 추이와 급증하는 지방교육 재정의 추세를 살펴보면 교육세 일부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 진술인으로 참석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초·중고교 학생 수가 줄지만, 학교·학급·교사 수는 증가해 교육재정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학 지원을 위해서는 고등교육교부금제도 신설 등 별도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유·초·중등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고등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선택교육”이라며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예산이 남는다’라는 논리가 아니라 다음 단계의 국가발전 비전 속에서 돌봄과 방과 후 교실의 통합적 운영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은 서로 분리된 별도의 교육이 아닌,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교육이다. 교육재정을 두고 교육계 내부의 파이 싸움에 사활을 걸기보다, 대학의 재정난 문제, 그리고 유·초·중학교의 과밀학급 문제 등 각 교육현장의 실정을 서로 충분히 헤아려 합리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