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호/교수의 서재] ‘나다움’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 합리주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carartes)가 남긴 유명한 문장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인간 존재의 증거를 ‘생각’에서 찾은 것이다. 데카르트의 통찰이 시사하듯,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없이 자신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분투한다. 그 힘은 때로는 닿고자 하는 어딘가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열정이 되기도, 때로는 단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았던 길에 기꺼이 발을 내딛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 나아가는 길도, 방향도, 속도도 다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은 모두 각자의 ‘나다움’을 찾아 나간다. 그 발걸음들이 모여 삶의 철학이 되고, 그것들은 곧 각자의 인생론(人生論)을 완성해 나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저자 유시민은 책의 서두에 자신은 이 책을 쓰며 “원래의 나,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 삶의 페이지들을 빼곡히 채워 가고 있을 지금, 특수교육과 채명숙 교수와 함께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나는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 보자.
◇ 교수님께서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대학원 입학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습니다. 40살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시작한 교육대학원 시절, 나는 대학원 과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거의 17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입학한 대학원 생활이기에 온전히 대학원 공부에 매달릴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논문 쓰기는 쉽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2년을 매달려 논문작업을 하다 보니 논문 학기에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논문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논문 통과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습니다.
나는 늘 고민과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그때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잘 가고 있는지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던 책이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살다 보면 방황도 하게 되고 내 인생의 항로를 어디로 정해야 하나 고민도 하게 됩니다. 그 순간 나에게 지금 잘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 봅니다.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고 답답할 때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았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대학원 논문이 통과될 즈음 후련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교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이 책은 내가 접해 보지 않은 길로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동기를 제공해 주었답니다. 평소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의 인생 행보를 접해 보며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또한 저의 본보기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나는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열정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한 것이라면 어떤 삶이든 훌륭할 수 있다.”
“인생의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 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교감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 바꾸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
“욕망을 억압하면서 규범을 따르는 일이 참기 어려울 만큼 어색하고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문을 더 넓게 열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규범은 자기 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따르면 된다.”
◇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대학 생활 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끊임없이 번민과 고뇌를 하며 방황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읽어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인생의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놓은 책입니다.
◇ 이 책 외에도 교수님께서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시다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비야 님이 5년간 긴급구호 팀장으로 활동한 보고서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네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 등 긴급구호가 필요한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그곳에서 사랑과 도움을 펼치고 돌아온 한비야 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각자 가진 생각이나 욕구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이해하려면 교사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범죄 행위가 아니면 다양한 경험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대하여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유튜브에서 아이돌 노래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취향의 노래에 관하여 관심을 가져 보니 학생들과 더 친근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고민이나 생각에 대하여 귀 기울여 주는 교사가 되기 위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