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호/교수의 서재] 어른이 알지 못했던 아이의 세계

2022-11-01     김인경 기자
사진 / 민경훈 교수 제공

우리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장난감을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 밥 먹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 우리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책 ‘에밀’은 아이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어른의 축소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대한 음악교육과 민경훈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이 아닌 아이 본연의 모습을 찾는 시간을 가져 보자.

Q. 교수님께서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학창 시절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대학생 시절에 읽은 ‘에밀’입니다. 300년 전에 태어난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였던 장 자크 루소가 ‘에밀’의 저자입니다. 당시에 교직 과목을 담당하신 교수님께서 에밀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는 과제를 내 주셨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차차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책의 내용을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어요. 에밀은 인간 교육에 관한 교육철학적 소설로 가상의 학생 에밀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 아이가 태어나서 25년 동안 받게 되는 교육과정을 통해 이상적인 교육이 무엇인지를 탐색하였습니다. 

Q.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에밀은 루소가 집필한 책으로 출간된 지 300년 가까이 된 교육학의 고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교육관뿐만 아니라, 인간관, 사회관까지 확장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제1편은 5~6세까지, 제2권은 12세까지, 제3권은 15세까지, 제4편은 20세까지 그리고 제5권은 에밀의 짝이 되는 소피를 설정하여 결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음악 교사가 된 이후 두 번, 세 번의 정독을 통해 이 책은 제가 음악 교사로서의 교육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독일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교과교육학 영역에서 음악교육을 연구하는 교육학자로서 정체성을 지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음악 과목에서 각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관계하여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어떠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지를 탐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각 나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학교의 음악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성인의 잣대와 의지에 따라 어린이의 성격과 능력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Q. 교수님께 특별한 영향을 준 책인 만큼 기억에 남은 내용이 많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책의 내용 중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루소는 교육사상가이자 음악 교사로 그리고 작곡가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숫자 악보를 개량하여 보급했습니다. 루소는 자신의 저서 ‘에밀’을 통해서 음악교육에 대한 자신의 탁월한 식견을 밝힙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물이 아니다. 따라서 어린이의 개체적 가치를 인정하여야 한다”라고 주장을 합니다. 그가 제시한 ‘스스로 노래의 발견’이란 개념은 근대 음악교육의 기본 원리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르침을 받게 되어 있다. 그 가르침의 스승은 교사인 당신이 아니라 자연이다. 교사는 자연의 가르침을 지켜보며 그에 잘 따르도록 보살피기만 하면 된다”라는 문구입니다. 여기에서의 자연은 주관적인 자연으로 인간에 내재하는 자연입니다. 즉, 각 개인의 신체적 발달과 인지적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이 참교육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에밀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또 찾아봅니다. 루소는 이 책에서 “당신은 이미 큰 아이에게 교사를 찾아 주지만, 나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가 말하는 교사는 단 한 명의 학생을 평생 가르치는 선생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사상이 제가 존경하는 독일의 인지학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발도르프 학교를 최초로 설립한 사람입니다. 슈타이너는 “교사는 학생들의 내면에 내재하는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여서 이 재능을 발전시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 주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1~7세를 의지기, 8~14세를 감정기, 15~21세를 사고기로 3단계로 구분하여 이에 알맞은 교육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8~14세의 감정기에 속하는 1학년에서 8학년까지를 한 명의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천에 옮겼습니다. 교사가 이 시기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잠재적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주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 명의 교사가 지속적으로 학생을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능력을 길러 주는 것, 이러한 교육관이 바로 루소가 주장한 “내가 말하는 교사는 단 한 명의 학생을 평생 가르치는 선생을 의미한다”와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비록 학교의 제도권 안에서 이러한 이론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사가 이러한 교육철학관을 가지고 학생의 신체적·인지적 발달 단계에 알맞게 한 명 한 명의 개인에게 관심을 쏟을 때, 이것이 비로소 참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Q.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와 함께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루소가 ‘에밀’의 서문에서 “어른은 아이를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아이에게서 어른을 찾고 아이를 어른의 축소물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익지 않은 과일을 미리 따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물이 아니다”라는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는 이 말은 300년 전 프랑스 계몽 사상가였던 장 자크 루소가 처음으로 주창한 것입니다. 루소는 ‘에밀’ 서문에서 이 구문을 이야기하며,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무지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 ‘에밀’을 저술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즉, 그는 아이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아이를 어른의 축소물로 보아서는 절대 안 되며, 따라서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실천하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입니다. 

Q.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관”은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에만 열을 올리는 비상식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교사는 아이들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식을 심하게 요구하여 왜곡된 인간으로 개조시키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됩니다. 미래의 교사는 아이를 자연적 인간으로 인정하여 아이에 맞는 교육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교육’이란 자연, 인간, 사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루소는 에밀에서 “신체적ㆍ인지적 성장 발달 단계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발전시켜 주는 것이 자연의 교육이고, 이러한 성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인간 교육이며,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물체들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얻는 지식의 획득을 사물 교육이다”라고 말합니다. 미래의 교사는 루소가 말하는 ‘자연주의 교육’이 무엇인지를 ‘에밀’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교사들에게 ‘에밀’을 한 번 정도는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루소의 정신을 이어받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저서 ‘발도르프 학교와 그 정신’을 미래의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슈타이너는 자연과 인간, 사물의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강조합니다. 그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익혀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의 아이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즐거움을 배우는 교육이 아닌 개인의 안위를 위하여 스펙을 쌓는 교육을 기계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과도한 학습의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보다 3배나 높다고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