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호/사회]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 그 원인은 무엇인가
10월 15일 오후 3시 19분,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고, 대한민국이 멈췄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었다. 현장 CCTV에는 전기실 내 배터리 중 1개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후 곧바로 자동소화 설비가 작동해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당시 진화 작업을 위해 센터 전체의 전원을 차단하면서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등의 서버 기능까지 중단됐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먹통 사태의 원인이 단순히 화재만이 아니라고 밝히며, UPS와 메인 데이터센터를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방송통신 발전기본법’을 통한 규제를 예로 들었으나, 법제화에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 카카오 오류 근본적 원인 ①: 안전검사 사각지대에 놓인 ‘UPS’… 부실한 안전대책의 여파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킨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이 UPS(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 화재로 밝혀지자 대책이 신속하게 마련됐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안전공사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나 세부 계획 수립에 늑장을 부리다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20일 “산업부와 전기안전공사가 이번 대란의 원인인 UPS 화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만큼 카카오 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전기안전관리 사각지대 문제를 지적하고 세부 계획 수립에 느긋한 모습을 보인 산업부와 전기안전공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UPS가 전기안전공사 안전검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화재의 원인이 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UPS는 IDC(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라며 “언제든지 제2의 카카오 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책 마련과 더불어 UPS와 같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설비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 카카오 오류 근본적 원인 ②: 한 바구니에 담은 서버와 부실한 대응체계
“서비스는 공룡처럼 커졌지만 이를 총괄하는 IT시스템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국민 필수 플랫폼 카카오의 ‘먹통 사태’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평가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T, 카카오페이, 쇼핑 등 수많은 부가 서비스가 연결되는 거미줄 같은 구조를 만들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IT시스템 구조는 극도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모든 서버를 두고 시스템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사고를 키웠다.
한 데이터센터 분야 전문가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은 유사시 IT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이어받아 서비스를 재개하는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해복구시스템은 일종의 보험 같은 것으로, 비용이 들지만 사고가 나면 빛을 발하는데,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여기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카카오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큰 것은 카카오가 전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서 대체 불가능한 필수·독점 서비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카카오는 전 국민이 쓰는 필수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대응체계는커녕, 메인 데이터센터에 대부분의 시스템을 두고 재해복구시스템에 제대로 된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 카카오 오류 해결책, “법제화 아닌 독점 규제 논의 필요해”
다수 언론이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점’ 문제를 질타하며 방송통신 재난관리 대상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20대 국회에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이 논의될 때만 해도 반대 입장을 부각하며 입김을 낸 언론이 적지 않았다.
당시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중복 규제’ 문제를,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업자 영업비밀과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당시 양대 포털을 회원사로 둔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가 해외에도 없는 과잉 규제라는 점 ▲정보통신망법과 중복될 우려가 있는 점 ▲당초 예외인 부가통신사업자가 급작스럽게 추가된 점 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현재도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신중한 논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재난과 관련해 법이 잘 돼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다”라며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으면 이용자들이 항의하고 소송이 들어오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독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독점에 대한 규제 논의를 하는 게 낫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