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호/교수의 서재] 나와 다른 존재와 함께한다는 것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2022-10-17     김솔이 기자

우주가 생겨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도, 태양계가 생겨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또 그 중에서 지구가 생겨날 확률은? 그 지구에서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날 확률은?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할 확률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시간을 쌓아간다. 전혀 다른 모습의 인생을 지나온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맞춰간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지만, 우리는 종종 이를 망각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확률을 지니고 발생한 귀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지구과학교육과 손정주 교수가 추천하는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 교수님께서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 여러분께 소개해주고 싶은 책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가는데요, 누군가와 각별한 사이가 되면,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도 생기고, 힘든 점도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서로에 대해 잘 몰라서, 혹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곤 해요. 저 또한 그랬고요. 이 책은 제가 그 시절에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못했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싸웠던 순간에 조언을 구하고자 참고한 방법들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교수로서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는 면도 있지만, '내가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 사랑을 시작하기 전,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본 후 관계에 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추천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오리엔테이션의 느낌으로, 현재 사랑을 하고있으나 관계로부터 오는 힘듦이 있는 친구들은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배우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에 조언을 구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이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들을 통해,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해 보려고 하는 여지를 얻게 되었거든요. 우리 학교에 오는 학생들 중에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이 많을텐데요, 교사가 되고싶다는 마음은 사실 다른 사람에게 주려는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모범적인 생활을 많이 해왔고, 나름대로 사회적인 통념상 정답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따라오셨을 거예요. 저 또한 그랬고요. 저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착한 것이고, 바른 것이라는 나만의 기준이 있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상황을 바라볼 때 그 기준에 따라 행동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입장과 관점, 시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시각이 다양해야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나와는 다른 존재에 대해 이해와 해석의 여지도 많아지고, 문제 해결에 있어 긴장감을 좀 덜어둘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서는 많은 관계들로부터 저에게 여유를 주기도 하고요.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의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그렇죠. 이 제목은 책에 제 눈길이 닿도록 한 계기이기도 한데요, 보통 화성은 MARS라는 이름으로 전쟁의 신을 나타내기도 하고, 눈으로 관측했을 때 붉게 보여서 피를 연상케도 해요. 금성은 미의 여신을 상징하는 VENUS를 그 이름으로 갖고요. 이러한 특성을 드러내 남성과 여성의 성의 차이를 천체에 빚댄 표현방식의 제목이 상당히 흥미로운 점입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설정은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외국인이 올 경우, 우리의 정서와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그래, 잘 모르니까" 라며 이해를 하잖아요. 애인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아요. 다른 행성에서 살다 와서 다를 수 밖에 없는 건데, 같이 살다보니 그 사실을 잊고 이해의 여지를 갖지 못한다고 말이죠. 
사실 이러한 설정은 천문학적으로는 안맞아요(웃음). 왜냐하면 금성은 온실효과 때문에 화성보다 훨씬 덥고, 화성은 대기가 너무 열악하거든요. 실제적으로는 안맞지만, 관념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설정이 우리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해주기에, 속는 셈 치고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연인과의 관계는 물론, 인간 관계 전반적인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교수님만의 인간관계 팁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저도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종목이 쉽지 않아요. 일을 할 때 만나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이 매번 나와 꼭 맞을 수는 없잖아요. 다들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좋아하면 저쪽에서도 이만큼은 좋아해 주겠지', '내가 이런 마음이면 저 사람도 알아주겠지' 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게 사실이죠. 같은 마음을 가졌어도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요. 이렇듯 나의 기대와 상대방의 행동이 어긋날 때 좀 마음이 상할 때도 있고, 안타까울 때도 있고,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도 그만의 입장이 있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옳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아닐 수도 있고, 나의 이런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거든요. 이러한 생각은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네요.
또 한가지는, 우리는 굉장히 귀한 생명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에요. 내가 귀한 만큼 내 옆에 있는 친구도 굉장히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죠. 서로 존중하는 관계 안에서 살아가다가 조금 다른 점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해결해갈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는 존중이 기본 바탕이 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천문학을 공부하다보면 우주의 긴 역사 안에서 태양이 만들어지고, 지구가 만들어지고, 생명체가 진화하고, 그 결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경이로울 때가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서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우주의 역사에서 무엇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거든요. 이 때문에 항상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서로를 귀한 생명체로 대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 책이 출판된지 어느덧 20년이 넘었습니다. 책에 대한 최근의 리뷰를 살펴보니, 긍정적 피드백도 많았으나 '남자는', '여자는' 이라는 말로 나누어 모든 것을 정의하려고 한다는 피드백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 책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시각을 통해 저자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해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그 내용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기도 하고, 저자의 관점을 반영하기도 해요.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진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의 관점을 체험할 수도 있으나, 책 하나만 가지고 그 책에서 하는 말을 100%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이 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저자의 시각과 주장은 이런 모습이구나'라고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고, 다른 시각들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더 좋고요. 또한, '책의 내용이 나에게 적용될 만한 내용인가?'에 대한 판단도 본인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책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로 표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에요. 남성 중에서도 다양한 성향이 있고, 여성 중에서도 다양한 성향이 있거든요. 그 깊이나 차이의 폭이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나오는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에 집중하기보다는, 남성성을 가진 사람들과 여성성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이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사랑과 관련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여러분이 사랑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사랑을 할 때는 계산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마음을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아니고는 찾기 어려운 관계예요. 처음 보는 사람하고 그런 관계가 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하고 이상한 일인 것 같아요. 물론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좋을 때만 있지는 않을 거에요. 근데 좋을 때만 좋은 것이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의 서문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와있어요. 한 부부가 싸운 후, 남편이 답답해서 그 공간을 떠나려고 해요. 그런데 아내가 "나는 지금 당신이 필요해요. 내가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을 때, 바로 그때가 내가 당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예요."라고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사이가 좋을 때는 사랑이라고 하다가, 안좋아지면 사랑이 아닌가 의문을 갖기 쉬운데요, 누군가가 힘들 때에도 같이 있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인 것 같아요. 그럴 때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에너지가 되고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이런 이유에서 여러분이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만나보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시면 좋겠고, 마음을 나누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가는 경험이 여러분께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물론, 무분별한 사랑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랑을 할 때는 진심으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하는 멋진 사랑을 하길 바래요. 만약 사랑에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된 사랑에 대해서 고마워할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기억도 많고 아프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랑을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