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호] 언론이 포장하는 ‘스포츠 스타’

선수에 대한 과대평가, 민족주의 조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2017-03-19     차기연 기자

  시간이 갈수록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그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도 늘어나는 형세다. 특히 축구 부문이 두드러지는데,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다시피하는 유럽파 선수만 해도 박지성부터 기성용까지 5명이나 된다. 그들이 해외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활약하는 것은 팬으로서 바라보기에 흡족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들이 활약한 만큼만 이루어져야 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선수라는 이유로 작은 활약도 대단한 것인 듯이 과장해 보도하고, 그들의 위치를 과대평가하는 모습은 자주 나타났다. 그들을 그들의 역량 이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어긋난 민족주의로 향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할 만한 일을 칭찬해야
  지난 10월 21일(한국시간), 박주영(27·셀타비고)이 세계 최고 명문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후반 43분 헤딩슛을 한 차례 시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존재감 빛냈다”, “카시야스도 놀랐다”, “박주영에 혼쭐난 레알 마드리드”라는 표제를 달며 찬사를 보냈다. 기성용(23·스완지시티)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완지시키로 이적한 이후, 우리나라 언론들은 ‘패스 성공률’이라는 수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어떤 선수의 패스 성공률이 높다 한들 주목하지 않았는데,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이 높게 나타나자 이 수치는 불현 듯 미드필더에게 중요한 요소가 됐다.
  물론 박주영과 기성용은 뛰어난 선수고,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언론 보도는 과할 정도로 후하다. 물론 박주영의 헤딩슛은 위협적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2:0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 슛이 골로 연결됐다 해도 이미 늦은 시간대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이 90%를 넘는다고 하지만, 이 수치는 포지션 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선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없다. 기성용의 포지션은 후방에 자리 잡은 수비형 미드 필더로, 웬만해서는 상대팀이 그 포지션까지 압박을 하지 않아 패스미스를 낼 가능성이 대단히 적은 위치다.
  동아대학교 정희준(생활체육학) 교수는 스포츠 스타에 대한 과장 보도의 예시로 박지성(31·퀸즈파크레인저스)을 들었다. 그는 “박지성의 경우, 경기를 뛰었느냐 안 뛰었느냐가 기사가 될 정도였다”라고 말한다. 이어 “박지성이 속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가 명문 구단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입단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박지성이 경기에만 출전하면 ‘박지성, 맨유의 당당한 일원임을 증명하다’라는 기사가 떴다”면서 “명문 구단에서 박지성의 위치를 입증시키려는 기사들이다”라고 말하며 박지성을 맨유의 핵심선수로 만들려 했던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 언론은 왜 과장하는가
  언론은 어떤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일 때 그의 능력을 과장해 보도한다. 이는 국민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악평보다는 호평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에 대해 정희준 교수는 “언론에도 민족주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가 외국에 나가서 성공하는 경우에 그 선수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이는 언론에 민족주의가 강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언론도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를 써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기사가 많이 팔려나가도록, 많이 보도록 하는 것인데, 스포츠 기사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족주의를 조장하는 과장 보도는 자민족 우월주의를 낳는다. 또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기대 이상의 역량을 기대하다 보면 국민들은 그들에게 느낀 작은 실망감에도 강한 비난을 일삼게 된다. 스포츠 스타들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던지는 과도한 비난에 대해 정희준 교수는 “언론이 너무 과도하게 ‘뻥튀기’를 하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타난다”며 “부풀려 쓰는 만큼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기사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