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호/기자칼럼] 이제는 장애인 ‘가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역시 자폐인과 사는 건 꽤 외롭습니다.” 얼마 전,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의 돌봄자인 아버지가 말한 대사이다. 사회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는 장애인의 힘든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지원방안, 차별 금지 방안 등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가족의 삶에 관심 가져본 적 있는가? 우리는 숨겨진 사회의 아픔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장애인의 ‘가족’의 삶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40대 어머니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다. 발달장애인인 아들은 발달재활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돌보는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심리적인 문제가 심각했으나, 심리치료 등을 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서울복지재단과 함께 진행한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2021)’에 따르면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 돌봄자 37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36.7%가 우울·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또, 응답자의 35.0%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린 적이 있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는 ▲돌봄 스트레스(75.5%) ▲경제적 문제(68.6%) ▲우울·불안(66.5%) 등으로 나타났다. 더해 응답자의 50.8%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라고 답했고, 67.2%는 ‘지인 등과 자주 연락하지 않거나 만나지 않다’라고 답했다.
같은 연구에서 국내에서 장애인 가족 지원이 미진하게 발전되어 온 이유 중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제30조의2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및 안정적인 가정생활 영위를 위하여 장애인 가족 돌봄·휴식·상담 지원 등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그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주된 원인을 고려하면 ‘24시간 돌봄 서비스’, ‘경제적 지원’ 그리고 ‘상담 서비스’는 장애인 가족 돌봄자의 삶의 질을 좌우할 중요 요소이다.
먼저,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1,300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모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은 22.5%로 나타났다. 또 돌봄 서비스는 발달장애 영역뿐만 아니라 감각장애, 지체장애 등을 가진 다양한 장애 영역에서 필요로 한다. 이에 모든 돌봄을 돌봄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관련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가족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2021)’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및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자산 및 소득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장애인 가족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장애인 가족에 한해서 자산 및 소득 선정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가족이 겪는 심리적 문제 및 우울증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 서비스도 필요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 및 보호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지원사업’의 경우 상담 바우처 지급 기간이 짧고, 여러 제약 조건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상담 지원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과 그들을 도울 방안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다. 우리는 보통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그들이 누군가에게 의지(依支)할 의지(意志)까지 빼앗아 버린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의 곳곳을 둘러보자. 세상의 가려진 아픔 속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