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호/교육탑] 법원의 기간제 교사 차별 인정, ‘합리적 차별’은 무엇인가

2022-05-30     김재하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25명의 서울시·경기도 기간제 교사들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임용 고사 합격 여부로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에 능력이나 자질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정기호봉승급 차별과 정근수당 차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인정되지 않은 성과상여금과 맞춤형복지 등에 관한 차별들에 대해서도 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법원의 기간제 교사 임금 차별 인정 …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에 해당해”

2019년 11월, 서울시·경기도 기간제 교사 25명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임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는 기간제 교사 23명에게 1인당 최대 200여만 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국가는 기간제 교사 6명에게 정기호봉승급 차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각 1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내린 판결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법상의 ‘교육공무원’에 해당한다”라며 정규 교사와 임금 지급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용 고사 합격 여부를 들어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에 교사로서 능력이나 자질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임용 형식에 차이가 있고, 업무 범위나 권한·책임에도 차이가 있다”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간제 교사 선발도 정규 교사 선발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라는 점을 들어 “임용 고사는 교원 자격 소지자 중 ‘정년까지 교사로 근무할 사람’을 선정하는 절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기간제 교사는 수업 시수·책임·근무시간 등에 관해 정규 교사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며. 기타 행정업무에 관해서도 정규 교사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무거운 업무를 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 정기호봉승급 차별, 정근수당 차별 … ‘이유 없는 차별’로 인정 

이번 판결에서 위법한 것으로 인정된 차별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정기호봉승급 차별이다. 공무원보수규정 5조 별표11 비고란에서는 ‘기간제 교원에게는 8조에 따라 산정된 호봉 봉급을 지급하되,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유를 제외하고는 고정급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기간제 교사는 계약을 맺을 때 결정된 호봉이 고정급으로 유지되어 경력이 1년이 넘어도 호봉이 승급되지 않는다. 이는 징계 등을 받지 않는 이상 재직 1년마다 호봉이 정기적으로 승급되는 정규 교사와는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공무원보수규정의 호봉승급 차별이 헌법상 평등 원칙과 근로기준법 등을 위배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이 위헌·위법해 무효인 고정급 조항을 유지되게 한 것은 과실에 따른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보고 국가가 배상해야 할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정근수당 차별이다. 정규 교사는 근무하는 학교가 변경되어도 근무한 기간만큼 정근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기간제 교사는 임용된 학교가 바뀌면 현 소속 학교와 계약한 기간만큼만 정근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에게 정근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지침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시정을 권고 받은 바 있으며, 부산·대구·울산·제주 교육청과 같이 해당 차별을 시정한 교육청들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의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서는 여전히 기간제 교사에게는 동일 학교 근무 기간만 정근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정근수당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들 … 성과상여금과 맞춤형복지 차별

이번 재판에 원고로 참여한 박영진 전국교사노동조합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정책국장은 “이 소송은 모든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하면서도 성과급과 복지 포인트 차별 등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재판부는 임금 성격이 약한 성과급이나 맞춤형복지에 차등을 두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성과상여금 지급 기준이 되는 표준호봉은 정규 교사는 26호봉, 기간제 교사는 16호봉이다. 이에 따라 성과상여금 평가에서 2년 경력의 정규 교사가 가장 낮은 등급을 받더라도, 20년 경력의 기간제 교사가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성과상여금을 받게 된다. 또한 시도교육청이 3대 점수(기본, 가족, 근속)를 부여하여 출산축하금, 건강검진비 등을 지급하는 맞춤형복지에 대해서도 차별 시정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평등의 권리는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천명하여 수호하고 있다. 이때의 평등은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합리적 차별, 즉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 있을 때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의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그러한 차별의 일부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성과상여금, 맞춤형복지 차별과 같이 아직 기간제 교사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그 이유가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