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호/교육현장 엿보기] 가르치는 책임,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주경현 국어교육과 졸업생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굉장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다. 아무리 학습자 참여형 수업이 늘어났다고 해도, 교사는 그 수업에 있어서 절대적인 전문가의 위치에 있으며 교과 내용을 충실히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자칫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을 경우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올바르지 않은 내용을 전달받은 학생들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수업 시간에 내뱉는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결정된다는 생각을 하면, 교실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매우 무겁다. 그렇기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질문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교과 내용을 살핀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부 재학생 시절을 반추해 보면, 솔직히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게 될 내용에 비해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이 과하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쓰이지 않을 법한 지식을 왜 고생해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졌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수험생의 짜증 섞인 푸념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러한 감정을 차치하고서라도 당시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수험서 1권에 충분히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을 두꺼운 전공서 5~6권으로 공부하는 것이 교사 전문성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실제 현장에서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의구심을 품었던 날을 뒤로 한 채 현장에 나왔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대학에서 배웠던 것들, 배우며 고민했던 것들이 교사라는 나의 직업 정체성을 만드는 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했던 대부분의 고민은 “어떤 것이 보편타당한 것일까?”를 향해 있었는데, 사실 이는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한 가지 현상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공존할 수 있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지식은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불변의 지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에게 있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어다. 다양한 것들을 품기 위해서 교사는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듯이, 교실 안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지낸다. 하지만 답이 정해진 듯한 교육을 받다 보면 학생들의 번뜩이는 생각은 모두 사라지고, 정답을 찾기 위한 몸부림만 남게 된다. 그들이 가진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일깨우는 일이 교과 전문가로서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임을 가르치는 것,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보이는 것,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일정한 해답이 아닌, 백가쟁명을 방불케 하는 논쟁이 그 자체로 나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편하기 위해 하나의 정답만을 고수하지는 않았는지, 이러한 타성이 학생들의 씨앗을 죽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교사가 다양한 가능성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장에 녹여냄으로써 학생들은 깨어날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싶어 들뜬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가슴이 뛰지 않는가? 그러기 위해, 교사는, 오늘도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