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호/기자칼럼] 친환경, 정말 ‘친(親)환경’인가요?
며칠 전, ‘환경 보호’를 슬로건으로 하는 카페를 갔었다.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빨대 사용도 최대한 줄이고자 빨대가 필요 없는 일회용 컵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페 한쪽 벽에는 계절별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각양각색의 텀블러로 가득 차 이목을 끌고 있었다. 또, 얼마 전의 일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쇼핑몰’ 문구를 내세운 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곳답게 테이프 없이 포장된 택배 상자, 에어캡 대신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내가 주문한 상품은 포장재가 필요 없는 마스크팩이었다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테이프 없는 포장,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지만, 필요치 않은 과대포장도 함께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환경 보호를 내세워 이것저것 바꿨지만, 환경 파괴는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비건’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업에서도 친환경을 내세운 기술을 홍보하고 비건 제품을 연일 출시하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기업들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2022년에 진행한 ‘수출기업의 친환경 트렌드 대응현황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409개 중 47.7%가 높아지는 친환경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규모별 대응 여부에서도 대기업의 62.5%가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중견기업의 51.9%, 중소기업의 46.7%가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따라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들은 친환경으로 바뀐 걸까?
위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한 195개의 기업 중 자신의 기업이 친환경 소비 트렌드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중은 18.0%에 불과했다.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스스로도 그렇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수많은 기업이 홍보한다. 하지만, 그중에는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그린 워싱’도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한국일보에서 ‘에코 레더’, ‘에코 퍼’가 들어간 상품 10개를 조사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조사 결과 10개 상품 모두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기본 소재로 사용되고 있었다, 친환경을 함의하는 ‘에코’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말뿐인 친환경이었다. 심지어 조사된 제품 중에는 제품 설명에 ‘친환경적인 가공처리를 거쳤다’라고 적힌 상품도 있었다. 그 상품은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무독성 염료를 사용했을 뿐 친환경적인 가공처리는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기업에서 친환경 캠페인, 친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친환경 제품을 내며 자신들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저 초록색으로 칠했을 뿐 허구에 불과한 거짓 친환경도 함께 존재한다. 거짓 친환경은 친환경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며 또 다른 환경 파괴를 만들어 낸다. 종이 빨대로 바꿨지만 그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들어간 텀블러를 양산하는 것처럼,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지만 필요치 않은 곳에도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말뿐인 환경 보호는 그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겉치레를 위한 환경 보호가 아닌, 진정한 환경 보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