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호/사회] 15분 도시, ‘도시에 대한 권리’를 향해야 한다

2022-05-16     구본규 기자

 

4·7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1분 도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15분 도시를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실제로 15분 도시를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김유리 녹색당 은평구의원 예비후보도 ‘15분 동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분 도시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 도시는 카를로스 모레노가 ‘15분 도시로 이론화하고,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파리에 적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리고 생태위기와 팬데믹 상황으로 말미암아 15분 도시는 생태적·사회적으로 대안 도시 모형으로 주목받았다.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업무, 주거, 음식, 건강, 교육, 문화, 여가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몇 시간이고 차에 타야만 하는 도시의 리듬을 바꾸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광역시의 15분 도시 등이 일종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이라는 등 부족하다고 비판받는다. 이유인즉슨 해당 정책이 담고 있는 실제 내용에는 부동산이 중요하게 위치하고 토건 중심적이며, 약자를 위하고 연대를 추구하는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서 공개한 15분 도시 개념도 출처 / 이수진, 허동숙. (2021). 프랑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내일의 도시 파리' 정책공약. 서울: 국토연구원.

안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파리는 내일의 도시 파리(Le Paris de demain)’라는 정책공약의 일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의 15분 도시는 타 정책과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근거리 서비스 이상의 내용을 포괄한다. ‘내일의 도시 파리도보와 자전거로 통행하는 푸른 도시 연대의 도시 모두에게 평등한 파리 15분 도시로 구성된다. 본 정책은 생태적·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속과 연대, 근접성으로써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이수진, 허동숙, 2021). 시민 누구나가 연대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인 시민의 창구와 장애인 이동, 녹지화가 15분 도시에 포함된 연유도 이 때문이다.

파리 15분 도시의 이론적 모태인 모레노는 15분 도시의 핵심 요소를 생태성 근접성 연대성 참여로 꼽았다. 친환경적이어서 지속가능하고, 멀리 차 타고 나갈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도시 혹은 동네의 변화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레노는 15분 도시가 모든 시민의 평등한 도시생활 향유를 목표로 한다고 정리한다(Moreno, 2020).

반면에 부산의 15분 도시의 세부계획은 그 결이 사뭇 다르다. ‘근접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 즉 사람이 사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도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부산광역시는 도심형 초고속 교통인프라와 터널 건설 등 자동차와 기차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파리가 장애인 이동과 주민 공동체, 시민의 도시계획 참여를 언급한 데 비해 부산의 계획은 이런 점을 도외시하는 듯했다. 즉 연대성과 참여 등의 가치를 백안시한다.

 

모레노는 15분 도시 개념이 지역마다 다르게 변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멜버른, 포틀랜드, 싱가포르 등 근접의 도시는 다양한 형태로 각 지역에서 시행되는 중이다. 이러한 변주는 생태적·사회적으로 도시를 재설계해서 모든 거주자가 참여해 장애 없는 도시생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잊지 않아야 한다. 부산의 시행계획은 이 목표에 어긋난다는 한계를 지닌다.

다르게 말해 근접의 도시는 인권과 생태를 도시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런 목표는 앙리 르페브르가 창안한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와 맞닿는다. 르페브르는 현대인이 도시적으로밖에 생활할 수 없다며, 도시 자체를 대중의 공동 작품으로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에 도전하고 투쟁함으로써 차이 생성의 권리, 도시계획 전반에의 참여, 만나고 모일 권리 등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네스코, 헤비타트나 서구 선진국 등은 이를 온건적으로 적용해서 모두를 위한 도시로 순화한다. 그리고 모든 도시 거주자들이 도시 생활의 완전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를 본 개념의 근본적인 철학으로 본다(강현수, 2021). 특히 가난한 자, 홈리스, 장애인,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쾌적하게 도시를 누리고, 이런 계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15분 도시도 도시에 대한 권리를 정책적으로 순화해 녹여낸 모습을 보여 준다.

 

대한민국도 근접의 도시를 그 자체로 집중하기보다는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맥락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탈시설과 이동권, 고독사, 녹지 부족 등 문제는 토건과 부동산, 경제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다. 15분 도시 등 대안적 도시 형성이 생태적·사회적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