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호] 톡톡, 안녕하신지요?

기적을 만든 한 사람의 편지

2015-02-03     김예슬 기자
▲ 시사인 제338호의 커버스토리에는 노란봉투에 대한 내용이 실렸다.

발행: 2014. 3. 17.

  2013년 12월 시사잡지 시사인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발신인은 경기도 용인시의 배춘환 씨. 그녀는 시사인에서 ‘쌍용자동차 노조가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편집장에게 이 편지를 띄웠다고 했다. 배 씨의 편지는 “해고 노동자에게 47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내년에 셋째를 나을 생각을 하니 깝깝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편지는 쌍용차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많은 이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 쌍용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24명의 죽음 그리고 ‘해고 무효’ 판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의 결과이다. 이 일의 시작은 200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1월 27일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매각된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시 쌍용차 노조와 노사합의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평택공장에 대한 지원과 회사의 모든 노동자의 고용승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쌍용차의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쌍용차 노조는 상하이차 규탄 기자회견, 법정관리 신청, 자구안 발표 등의 노력으로 회사를 지키고 총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힘썼다.
  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측은 2009년 4월 8일 전체 노동자 37%인 2,646명을 감원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날, 감원 목록에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오창석 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한달 후 회사는 노동부에 2,405명에 대한 정리해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쌍용차 지부 김을래 부지부장, 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 비정규직지회 서맹섭 부지부장이 농성을 위해 70m 상공, 도장라인 굴뚝에 올랐다. 이들의 농성은 86일간 계속됐다.
  9일 뒤, 지상에서는 노조원들이 공장에 들어가 모든 문을 걸어 잠그며 전면 총 파업에 돌입했다. 이 총파업돌입과 함께 잔인한 심리전이 시작됐다. 회사에 남은 사람은 구사대라는 이름으로 동료로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마주봐야했고, 파업장의 사람들은 동료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공장에서 쫒아내기 위해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이 상황에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했다. 또한 회사는 파업하는 사람들이 공장안의 생활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있음에도 단수, 단전, 음식물, 소화전 그리고 의료품과 의료진의 출입까지도 제한했다.
  2009년 7월 20일 경찰병력이 회사와 함께 했다. 경찰은 헬기를 띄워 최루액이 든 비닐봉지를 떨어뜨리고 저공비행으로 노조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잠들 수 없는 소음을 제공했다.
  이러한 심리적, 물리적 압박 속에 77일 지나고 노조는 회사와 최후 협상을 채결한다.

◇ 불법 파업과 손해배상
  우리나라에서 정리해고에 대한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5항에는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명시돼있다. 그런데 여기에 명시된 근로조건의 범위에 ‘정리해고’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현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정리해고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 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단체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는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것이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는 노조법 제3조에 명시돼있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즉 제2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는 정리해고로 발생하는 쟁의행위에 대해 노조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쌍용자동차 노조 배상액이 47억 원이다. 이 금액은 회사 33억 원, 경찰 13억 7000만 원을 배상해야하는 금액이 합쳐진 것이다.
  쌍용차 파업쟁의 진압 과정 중에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이때 쟁의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장비 파손, 경찰 부상 발생 등의 이유로 경찰은 회사와 함께 쌍용차 노조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다.
  그렇게 47억 원, 여기에 따른 법정이자도 만만치 않다. 손해배상금 47억 원에 법정이자가 연 20%이다. 즉 시간 당 십만원이 넘는 돈이 이자로 붙는다. 회사와 경찰은 이를 받기 위해 정리해고 시 퇴직금을 받은 조합원의 퇴직금, 공장에 복직해 일을 하는 조합원의 월급 50%, 조합원들의 부동산을 포함 28억 9,000만원을 가압류했다. 이는 조합원들의 일상생활을 힘겹게한다. 2003년 1월 가압류로 생활고를 겪다 분신한 두산 중공업의 배달호씨의 이야기를 단적으로 보더라도 알 수 있다.   

◇ 노란봉투캠페인
  시사인에는 지난 12월 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는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실렸고 이 기사는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배춘환 씨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배 씨는“47억원...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47,000원 씩 10만명이면 되더라구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만 7000원부터 내주실 수 있나요? 악법도 법이라고 하니 일단 다 털어드리고 그분들 숨통 좀 트여드리게 하고 싶네요”라는 내용의 손편지와 함께 47,000원이 든 봉투가 시사인 편집국장 앞으로 도착했다. 이 편지가 지면에 공개된 이후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나타났다.
  시사인은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고 배춘환씨의 마음을 이어가기위해 본격적인 모금을 시작했다. 이 모금은 아름다운 재단이 함께했다. 재단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비, 의료비, 법률 개선 활동을 위한 것을 모금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2월10일 공식 모금사이트가 열려 ‘노란봉투 프로젝트–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 7000원’이 본격 시작되었다. 노란봉투는 월급봉투이지만 해고통지서봉투가 되기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노란봉투캠페인은 대기업의 후원을 바랄 수 없어 오직 개미스폰서들의 참여만으로 천천히 1차 목표액에 다가가고 있었다. 캠페인 시작 5일 뒤, 가수 이효리가 친필편지와 함께 4만 7000원을 보내왔다. 3일 뒤 이씨의 편지가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이 나타났다. 4만 7000원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4,700원씩 십시일반하여 노란봉투 캠페인에 함께했다.
  현재 1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10억 1,555만 원이 넘게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