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호/교육] 청소년 정치교육을 돌아보다② : 민주시민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2022-04-18     김솔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우리 시민들은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주의를 지켜 왔고, 그 결과 청소년의 정치 참여라는 현재의 단계까지 이르렀다. 값지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며 더 온전하게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465호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의 과정과, 이에 관한 찬반의 입장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이 주권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 민주주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 학교 민주시민교육, 가치의 대립에서 공존의 사회로
그동안 우리의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학교 교육에서 '민주주의'는 정치 또는 제도의 좁은 의미로 이해됐으며, 교사들에게는 보편적 인권이자 기본 권리인 정치적 활동의 자유가 제한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이 교육 현장을 정치적 진공 상태로 만들었고, 결국 사회 곳곳에서는 가치관의 충돌과 각종 이념의 양극화로 인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향후 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는 2018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글을 통해 민주사회 이룩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시민다움을 처음부터 내재하고 태어나지 않는다. … 누구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속에서 권리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민으로서 어떤 책무를 지녀야 하는지, 시민의 자세와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오래도록 배워야 한다.” 이러한 배움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일상의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파악하며, 자신의 사회적 행동을 반성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청소년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청소년들의 바람직한 정치 참여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는 가운데,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우리학교의 '학교 민주주의와 시민교육' 강의를 맡는 김일수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학교 민주시민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우선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해 운영되는 정치 체제라는 의미를 넘어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각자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고, 그를 달성하면서 행복을 성취합니다. 민주사회의 공동체 속에서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존중받으며, 각자의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 나갈 자격을 얻습니다. 그렇기에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학생들이 민주사회 속에서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역량을 길러 주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구현되는 방식은 ‘교사 정치기본권의 부재’로 보입니다. 현재의 방식이 앞서 말한 가치의 실현에 알맞은 방식일까요?
제 생각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구현되는 현재의 방식이 ‘교사 정치기본권의 부재’라는 인식을 정돈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정치기본권 박탈’이라는 공식이 흔히 사용되기는 하지만, 적절하게 이해된 정치적 중립성은 분명 정치와 관련된 학생들의 주체적인 의사 결정 및 판단을 위한 교육적 활동을 인정하고 있으며, 교사의 정치기본권과도 양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는 논쟁에 포함된 핵심 개념이 정확하게 합의되지 않아서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에 대한 중립인지, 교실에서 교사가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은 어느 범위까지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한 채로 논란이 지속되었고, 몇 가지 사건(예컨대, 정치 관련 일부 교사의 수업에 대한 공개적 비판)으로 인해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정치적 수업 활동의 배제’로 해석하는 교사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우리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갖추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학생은 전체 인구의 20%쯤 되지만, 우리 미래의 100%이기에, 변화에 있어 교육은 시작점이다. 우리는 일상의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일상에서 나타나는 비민주적인 의식과 태도를 개선하여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