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호/종합탑] 장애 차별 철폐, 우리 앉은 자리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 비장애인이 바뀌어야 한다
4월 20일은 이른바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이 가까웠음에도, 장애인 혐오를 재생산하는 국내 정치 지형에서 잘 드러나듯 대한민국이 그 의의를 실현하기란 요원한 듯하다. 법정기념일이기까지 하나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는 장애인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서 제도·시설·권리 관련 선입관을 문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날 행사를 치르거나 접하며 “충분히 장애인을 위했다”라고 위안을 얻진 않는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애 차별 철폐의 날’로 바꾸어 명확하게 하자는 지적도 매년 잇따른다.
대한민국에 사는 장애인의 삶을 위협하고 이들을 내쫓는 주체는 비장애인이다. 비장애를 중심으로 사회를 구축하였으니 장애 내쫓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그렇기에 이제, 앉아 바라보는 자리를 바꿔 장애를 중심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재구축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로 때깔 좋게 부르는 행위는, 실상 비장애인이 폭력배처럼 강탈한 바를 선심 쓰는 척 생색내며 되돌려주는 성격을 갖지 않는가. 그렇기에 더욱, 당연하게 놓인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비장애인이 달라져야 한다.
정창권은 전통시대에는 장애가 없었는데 일제강점기-근대화를 지나며 장애인 배제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러 본격화된 장애 문제는 따지고 보면 비장애인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비장애인이 자신들의 욕심이나 편리함, 체면 유지를 위해 장애인을 소외시키거나 사회에서 내쫓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어떻게든 비장애인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정리한다(정창권, 2011). 김도현은 철학적 논증으로 “궁극적으로는 비장애인이 바뀌고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즉 비장애인은 장애 문제와 무관한 존재일 수 없다”라는 공통적인 주장에 도달한다(김도현, 2019).
이런 변화는 어느 한쪽의 불편에 힘입은 다른 한쪽의 편리를 추구하지 않고, 모두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추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 시위로 뜨거운 지하철 편의시설과 저상버스를 들 수 있다. MBC는 오히려 다른 교통약자 등의 지하철 편의시설 이용이 많았다는 점,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의 저상버스 만족도가 현격히 높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영역을 사회·정치적인 과정으로써 확보하는 길은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로 귀결된다.
◇ 466호, ‘장애 차별 철폐의 날’을 담다
이런 맥락하에 466호는 ‘장애 차별 철폐의 날’을 담는 방향으로 상당수 지면을 구성하였다. 이번 호를 통해 비장애인 사회가 바뀌어가는 방향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도 면에서는 우리학교의 제도와 시설이 얼마나 장애인 친화적인지 검토한다. 제도 측면에서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어떤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지 소개한다. 시설 측면에서는 실내외 환경을 두루 검토하여 실질적으로 충분하게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하는지 꼬집는다.
학내 면에서는 장애 대학생 도우미를 인터뷰한다. 도우미가 어떻게 지원하는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교육 면에서는 장애학생 교육 현장을 검토한다. 통합교육 측면에서는 어떤 통합이 부족한지, 제도와 교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알아본다. ‘미래교육을 잇다’ 교육연재에서는 음성합성 기술의 원리와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사회 면에서는 최근 사람들이 장애인 이동권에 집중하는 계기가 된 전장연의 시위를 둘러싼 맥락을 검토한다.
기획 면 ‘청주 이모저모’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정보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무지개도서관’을 소개한다. 시각장애인용 자료 제작 과정과 시민의 참여, 무지개도서관이 시각장애인에게 가지는 의미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