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호/사무사] ‘평생의 꼬리표’ 아닌 ‘나아갈 이정표’ 위해

2022-04-18     편집장

5살이 되는 우리 아이가 말이 안 트여서 걱정이에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금쪽같은 내 새끼’ 59화에서는 언어 발달 지연이 의심되는 금쪽이를 둔 어머니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영상 속의 아이는 제대로 된 구어 표현을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말 대신 몸짓을 사용하는 등 언어 발달 지연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행동 특징들도 나타났다. 사람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계속 팔을 휘젓는 등의 상동행동을 보였다. 단순 언어 발달 지연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아이,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행동 특성을 관찰하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양상이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내 아이가 바르게 성장했으면, 아무 이상 없었으면 했던 사연의 주인공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가 장애의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담긴 눈물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우는 어머님을 위로하며, “단순 언어 발달 지연 상태로 볼 때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이 있다고 볼 때, 분명히 그 방향이 다르다. 이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 해 줘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라고 이야기했다.

장애(disable), 우리는 그것을 무언가 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하기엔 불편함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평생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로 인식한다.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만든다.

이는 특히 학습장애 학생 출현율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국내 읽기 학습장애 출현율은 어떠한가?- K도를 중심으로(김애화 외, 2020)’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학습장애 학생의 출현율은 0.02%이다. 같은 해 미국의 출현율이 3.5%임을 고려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학습장애는 사회·문화적 요인을 배제한 중추신경계 기능 결함 등과 같은 내적 원인으로 인한 학습의 어려움으로 정의되기에 단순한 학습 부진 학생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이는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장애로 진단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우리의 교실에도 학습장애를 비롯한 많은 장애 학생들은 숨어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교사들은 숨어있는 그들에게 네가 노력하지 않는 거잖아”, “너는 왜 다른 애들처럼 못하니라며 게으른 학생으로 대하기도 한다. 결국 장애 학생들은 교육의 기회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장애 학생들이 요구하는 지원과 방향성은 각각 다르다. 각각의 학생이 알맞은 중재와 지원을 받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단이 필수적이다.

장애는 꼬리표가 아니다. 아이들이 올바른 길으로 나아가도록 안내하는 이정표이다. 이제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숨어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고, 알맞은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사는 선별자로서, 더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가 또래의 발달 특성과는 다른 점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진단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별해, 아이들의 이정표를 안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더는 장애가 부정적이지만은 않게,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