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호/교수의 서재] 學無止境 : 우리의 배움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

2022-03-28     이재혁 기자

사람들은 모여 사회를 이루고, 다양한 지식을 나누고, 그것들을 제도로 고착시킨다. 한 번 굳어진 우리 사회의 제도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의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교육이라는 사회 제도도 마찬가지다. 100년 전부터 굳어진 학교 본위 공교육 제도로 인해 사람들은 교육이라 하면 학교 교육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학교 교육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성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위한 바람을 놓치고 있다. 모두의 배움이 소중해질 수 있도록 배움이 끝이 없는 세상을 향하여, 교육학과 허효인 교수의 서재로 떠나보자.

사진 / 허효인 교수 제공

 

교수님께서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버거와 루크만의 <실재의 사회적 구성>을 꼽고 싶습니다. 책에 나온 용어를 빌려 설명하면 버거와 루크만은 지식이라 말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생각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 등부터 지식의 파편들이 생성(외재화)되고 그것이 사회의 질서(객관화)로 정리되어 간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우리는 사회의 질서를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익혀나간다(내면화)고 말합니다. 이것을 외면화, 객관화, 내면화라고 이야기하고 이들 간의 변증법으로 사회가 구성된다고 이야기해요. 그 과정에서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실재가 형성되고 두 실재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책이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나는 우리가 놓여 있는 사회 구조나 체계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주관적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검토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즉 객관의 세계인 사회 구조나 문화는 주관의 세계인 우리의 일상을 저해해서는 안 되며, 주관의 세계인 개개인들의 삶 또한 객관의 세계인 체계화된 담론에 비추어 타당성을 갖추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버거와 루크만은 추상적인 세계에만 갇혀있지 말고 현상 그 자체를 바라보라고 이야기해요. 저는 이 말을 추상적 세계가 놓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기존의 사회 구조나 관습을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필요에 따라서는 새로운 사회의 구조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의 전공과 관련지어 이야기하면 저는 평생교육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보통 교육하면 학교교육을 떠올리고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보편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인인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는 존재인가?’ 이런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른이 되었지만 일을 하느라 가정을 돌보느라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거든요. 때로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죠. 정신없이 일상을 살다 보면 내가 잘살고 있나 가끔 멈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방향성을 가늠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나만을 위한 충전의 시간, 쉼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평생교육이라는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평생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버거와 루크만이 말한 바에 비추어 보았을 때 평생교육은 기존의 사회 구조와 관습이 담아내지 못했던 성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위한 바람을 담은 교육이라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평생교육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단히 사회의 변화와 학습자들의 요구, 사회 문제 등에 귀 기울이며 평생교육이라는 법과 제도를 부단히 수정해야 하는 거예요. 평생교육도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때로는 일상적인 학습에 대한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왜곡된 관점으로 추진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교육기관이 이윤을 창출하는 특정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무한복제하듯 무비판적으로 생산하는 것, 학습자가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소비하는 것에 그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평생교육은 부단히 전형화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해요. 실제로 단편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평생교육 현장에서는 학습동아리를 만들어서 학습자들 간에 지속적으로 학습을 하도록 지원하고, 시민참여교육을 통해 학습의 주제를 스스로 찾고 협력적으로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해요. 버거와 루크만의 책을 보면서 평생교육도 제도화되면서 자칫 변질되지 않도록 부단히 생활세계를 견주어가며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어요.

또한 버거와 루크만이 주관적 실재가 객관적 실재에 비추어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건 평생교육이 촉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교육의 장면에 오면 정말 다양한 세대, 삶의 배경이 다양한 분들이 오시거든요.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 모여서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듣고 함께 토의하고 질의응답하고 상호작용하며 시야가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저마다 삶의 이야기가 다양한데 그것을 수업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누고 엮어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던 내면화된 사회적 관습이나 편견을 발견할 때가 있고, 어려운 내용을 배울 때도 사람들이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나 사례를 공유하면서 이론적 내용이 삶의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거든요. 특히 입시를 치르면서 경쟁과 생존에 익숙했던 분이 평생교육의 장면에서 다양한 세대들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웃고 때로는 열심히 토의하면서 정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또 다른 삶의 방식과 태도를 느꼈다고 하신 적도 있어요. 평생교육이라는 계기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분들이 한 공간에 특정한 시간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만으로 각자가 가진 시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버거와 루크만이 이야기한 주관적 실재를 점검할 수 있고 타당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요.

 

·초중등 교사를 꿈꾸는 우리학교 학부생들이 평생교육을 아는 것이 얼마나, 왜 중요한가요?

두 가지 이유를 꼽고 싶은데요.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그리고 교사로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있어 평생교육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학교 밖 청소년의 학습경험을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청소년들이 학교를 나오면 갈 곳이 많이 없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입시 학원을 제외하고는 시간을 보내거나 또래를 만나 관계를 만들 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였어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다니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비율이 작을 뿐이지 분명 있거든요. 예전에 수업 시간에 만난 선생님께서, 자퇴하려는 아이들에게 학교 밖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려고 했지만, 잘 알기가 힘들어 어려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한 반에 있는 30명 내외의 학생들을 선생님 한 명이 모두 완벽하게 관리하기 힘들 텐데 학생들이 성장에 있어 갈증을 느끼는 부분을 다양한 평생교육기관에서 주체적으로 충족하도록 이러한 기관이나 기회들이 있다는 점을 안내해주시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거나, 때로는 교사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살필 때, 놀이로서 혹은 여가로서의 학습 기회를 누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요새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과도한 업무로 피로감이 심하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자유로이 평생학습 기관에 가서 학습 기회들을 향유하며, 자신을 재충전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소개한다면, 어떤 학생들에 추천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떠한 경로를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그 과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으신 분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사회 제도나 법도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때로는 사회 제도와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해요. 그것은 시대와 상황에 맞게 사회 제도와 법, 문화, 관습 등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그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변화를 위해 일상적으로 소소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거나 때로는 시위나 집회를 하기도 하죠. 저는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점차 진화하는 유동적이잖아요. 그 지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말을 하거나 작은 실천과 행동, 필요하다면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시도들이 미완의 사회를 보다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구조와 문화, 관습 등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한 번쯤 반문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은 무엇인지 그려보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소소한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분들도 함께하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평생교육을 공부하고 있는데 수업을 할 때 종종 인용하는 이야기가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 연설이에요. 거기서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로이 청강하였는데 나중에 그것이 아이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자유롭게 배우고 그것을 자신의 관심사에 도움이 되도록 창의적으로 엮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저는 평생교육이 그런 점에서 개개인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학교에서 많은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지만, 여유가 만일 생긴다면 한 번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유롭게 학습의 기회들을 찾아보고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나중에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거든요. 저 또한 고민이 생길 때 그것과 관련된 수업을 찾아서 듣고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시되 평생교육과 같이 다른 삶의 영역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