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호/사회기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큰 사건”에 은폐된 사실들 (2)

평화를 위한 관점, 지속하는 평화를 향하는 교육

2022-03-14     구본규 기자

예방적인 평화교육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선전포고한 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나 집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그런데 과연 이번의 집회가 앞으로 일어날 분쟁까지 예방할 수 있을까? 평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와 평화교육을 논해 보았다.

피스모모의 로고

 

Q. 피스모모가 생각하는 평화교육은 무엇인가

평화교육은 교육 과정상에만 국한이 되지 않는다. 평화로운 과정을 통해서 평화를 아는 것어야 한다. 삶 전체가 평화여야 하듯이, 평화교육도 자기 자신과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작용을 포괄한다. 정상성으로 규정되어 온 것들이,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배제와 차별을 공고히 하는 근거가 되어 왔다. 기존에 배운 것을 고수할 때 변화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존의 구조와 정상성에 균열을 내기 위해 더 이상 배우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맞닿는다. 피스모모는 평화와 교육을 비판적으로 탐구, 실천하는 평화교육단체로 TEPI(평화/교육 연구소)FIPS(평화페미니즘연구소)를 통해 평화/교육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Q. 평화교육을 위해 학교 공간이나 교수법 등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구체적인 방법론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건이 어떠하든지 교육은 결국에 상호작용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수동적인 존재로서 교육받은 경험은 자기결정권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성장에 반해가 된다. 참여자들이 지식을 강요받지 않고 마음껏 질문하고 자기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로서 환대·초대받고, 틀려도 괜찮다고 해주는 안전한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 타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발생한 충돌은 평화롭게 조율하고, 서로 보듬어 주는 경험을 공동체에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학교는 사회 안에서의 안전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준거집단이어야 한다.

 

Q. 이번 침공으로 민주주의가 이렇게 약하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강력히 저지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어떻게 민주평화를 말할 수 있겠는가

러시아의 무력침공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의 죽음 앞에서 이 분쟁에 대해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러나 단순히 러시아만을 악마화하는 이분법적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피스모모가 지향하는 평화/교육의 관점에서는 이 무력분쟁이 발생하게 된 맥락과 상황, 행위자들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중요하다. 전쟁 발발 이후 주가가 오른 미국 내 군수산업체 등 누군가는 계속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민주평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민주주의가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억압자의 권력은 민중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요구 앞에서 무너졌다. 이는 민중이 폭력의 도구를 선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겠다는 가치, 그 명분과 대의가 민중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협약은 무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무력하게 만들고자 하는 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하고, 국제사회가 공동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이번 전쟁을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해보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이런 성찰을 토대로 왜 국제사회는 이 무력 전쟁의 예방에 힘쓰지 않았는가,” “존재하는 협약·각서가 유효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평화를 지향하는 교육자로서 군축과 국제정세를 어떤 방향으로 다루어야 하나

평화라고 할 때의 통념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평화는 무조건 착하게 살고 안 싸우는, 너 소중하고 나 소중하다고 하는 내적 평화도 아니고 이상주의도 아니다. 문제 없는 것이 좋다고 하는 주장은 평화의 가치에 위배된다. 갈등을 회피하지 않되, 폭력으로 해결되는 갈등이 아니라고 보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시에 예방적으로 갈등에 접근하는 방식이 평화의 가치다. 해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 힘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평화는 장기적 관점을 가진 시민의 합리적인 관점이지, 단순히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다. 군비 증강으로 이득을 보는 건 군수물자와 무기를 공급하는 소수의 기업체와 국가뿐이다. 이번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전쟁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니까 대부분의 기업에겐 전쟁이 반갑지 않다. 그런데 서로 군축함으로써 무한 군비 경쟁에서 탈피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면 훨씬 더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다. 평화는 경제적인 논리도 작용하는데, 캠페인과 운동으로 알려지다 보니 단순화된 것 같다.

국제정세는 현재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약속을 위반하지 않는 대표를 선출하고, 정부를 선출할 책임은 각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있다. 시민들의 선택이 중요하고, 그래서 교실 안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Q. 단순히 안타까움 마음에 반전하다 보니 일상에서는 잊고,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어떤 관점에서 반정과 평화를 보아야 하나

연민은 되게 소중한 감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연민이 선택적으로, 강자라는 안도감 아래, 단순히 불쌍해서 작용하는지는 조심해야 한다. 무슬림 국가의 민간인들에게도, 우크라이나와 동일한 안타까움을 표명했었는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낙인찍힌 대상이 특히 더 그러한데, 연민을 얻을 자격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메타인지로써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해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볼 줄 알게 되자. 질문으로부터 배우고, 분쟁하지 않을 사회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교육을 중요시하는 시민으로서 말하고 싶다. 자기를 성찰하기, 타인의 성찰을 돕기가 교육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관련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리하고,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할 것 같다. 시스템상으로 교육을 개혁하기 쉽지 않으니, 현장에서만큼이라도 다양한 존재자들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인정·격려해주시면 좋겠다. 건강하고 비폭력적인 사회 토양을 만들 수 있도록 다채로운 학습자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