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호/독자의 시선] 항구없는 바다의 난파선 외

김윤호 (화학교육·22) 학우

2022-03-14     한국교원대신문

 항구 없는 바다의 난파선

인생은 항구 없는 바다를 여행하는 난파선과 같다

누구나 고래를 꿈꾸며, 별밤 너머의 태양을 생각하며

의기양양하게, 풀먹인 뻣뻣한 모자를 흔들며

다시 돌아오지 못할 마을을 돌아보지도 않고

거대한 범선의 삼단돛을 펼치며 항구를 떠난다.

 

그러나 정처 없이 떠돌며, 나침반도 보물선도 없이

직접 그린 지도 하나만을 지니고,

온갖 폭풍우에 시달리고, 계속해서 표류하다

결국엔 지치고 또 지쳐서, 조각배 하나만 남기고는

찢어진 깃발과 함께 가장 작은 파도에 삼켜진다.

 

검은 바다의 아래에, 태양도 별도 없는 그곳에는

온갖 승리자와 패자, 충신과 아첨꾼, 여자와 남자가

모든 왕과 신하, 적과 친구, 노예와 주인이

십자가와 초승달과 함께, 포경선과 낚싯배와 함께

대포와 비명소리, 모든 위대함과 함께 잠들어 있다.

 

그러니 방금 항구를 떠난 선원 소년이여

그대가 돛대를 지키다 우수에 잠긴 밤에,

만약 한없이 투명한 달빛이 심해를 보여준다면

모자를 벗어서 경의를 표할지어다

그대의 정신조차도 이미 가라앉은 지 오래일지니

 

 

비애

인간은 비정을 안고 태어났지만,

비정도 잊을 만한 깊은 우울에 빠져 나는 울었다.

아담으로부터 온 원죄와

깊은 달의 침묵과

나를 비추는 밤을 마시며 나는 울었다.

영원히 반복되지만, 결코 보지 못할

어제의 별들과 그리고

내일의 나를 위하여.

그것은 나를 위한 울음이었지만,

동시에 너를 위한 웃음이었다.

새벽이 오고, 수탉이 울면

한여름 밤의 꿈으로 남을

나만의 슬픔이 의미있기를.

그것만을 바라는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