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호/독자의 시선] 무한의 영역
홍윤기 (국어교육·21) 학우
안녕하세요. 국어교육과 21학번 홍윤기입니다. 제가 지어뒀던 시들 중 하나를 독자분들께 소개하고 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소개할 시의 제목은 <지평선>입니다. 먼저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작기만한 나는 땅에 있고
그리운 너는 하늘에 있구나
에베레스트에 오르면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바벨탑에 오르면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이따위 거창한 생각을 하면서
울적해보이는 야산에 올라본다
야산을 오르면서도 헉헉거리는 나에게
씩씩하게 야산을 오르는 아이나
익숙한 듯 야산을 오르는 노인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등산가들과
바벨탑을 짓던 고대인들은
모두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그들은 그리운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들은 그리운 너를 알고 있긴 한걸까
나는 너라는 존재에
의문을 품어버렸기에
너에게 닿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땅이 솟아 하늘에 닿거나
하늘이 꺼져 땅에 닿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오를 수 없는 내게 남은 것은
지평선을 향해 걷는 것
하늘의 끝에 너가 있다면
지평선의 끝에도 너가 있을 것이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향해 걸으며
너에게 닿아
보려한다
이유 모를 그리움과
원망 없는 괴로움을
가슴에 담아 나아갈 채비를 하고
구름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지평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지평선> - 홍윤기
어떠신가요? 모두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각자의 시선에 맞게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셨을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들이 바로 답일 겁니다. 시는 그런 것이니까요. 저는 저의 답에 대해, 그리고 이 시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늘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신 적이 있나요? 마치 무지개를 찾으러 떠난다는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요. 이과분들은 ‘하늘 끝에는 우주가 있지 뭔 소리야’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네요. 분명 맞는 말이에요. 어린 시절의 저는 이런 것들을 종종 궁금해하곤 했어요. 그리고 커서 알게 된 것은 결국 그것들은 미지의 공간이라는 것이었어요. 하늘의 끝이란 따지고 보면 우주이고, 지평선은 내가 땅에 붙어있는 한 존재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무엇을 보든 그 이상인 것. 마치 무한의 영역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무한의 영역은 알 수 없기에 신비하면서도 곧 경외의 영역이었어요. 어둡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들과 비슷하게 우리 마음속에서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완벽하게 닿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꿈’입니다.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목표, 지향할 가치. 우리는 그런 것들을 꿈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꿈을 가지게 된 것에는 큰 이유가 없어요. 따지고 따져보면 근원적으로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것들, 예를 들면 ‘그게 나를 행복하게 해.’, ‘그게 재미있어.’, ‘그게 멋지잖아!’ 등의 순수한 감정에 우리는 꿈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평생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정말 험난하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절망하고, 심지어는 포기하기도 합니다.
이 시는 물리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고 학창 시절 내내 얘기하던 제 친구가 결국 KAIST에 입학해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지은 시입니다. 이 친구 말고도 사회에서 꿈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쓴 시에요.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눈물 나게 멋지고 부러웠거든요.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흔들림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요.) 그에 비해 저는 상대적으로 대학을 늦게 진학했고, 뒤늦게 진로를 확 틀었고, 삶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로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글이 쓰는 게 취미였던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제 다짐과 당시의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이 시를 썼었어요. 이제 대충 시가 어떤 내용인지 아실 것 같나요?
다시 돌아와서, 하늘의 끝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지평선의 끝은 어디일까요? 혹시 그것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지는 않을까요. 지평선의 바로 위는 하늘이고, 그 둘은 똑같은 무한의 영역이니까요. 그렇다면 꿈은 어떨까요. 꿈도 무한이에요. 우리가 평생에 걸쳐 다가가야 하는 것, 무엇을 원하든 그 이상이 되어버려 닿을 수 없는 것. 만족할 수는 있지만 성취할 수는 없는 것. 그렇기에 무시무시할 정도로 아름다워 사람들이 좇게 만드는 것. 그래서 저에게 꿈은 하늘의 끝, 지평선 너머와 같은 것이었어요. 분명 하늘의 끝과 지평선 너머가 만나는 어딘가에 꿈도 함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들은 하늘의 끝을 향해 오르고 있나요, 아니면 지평선을 향해 달리고 있나요? 자전거를 타고 있나요, 스포츠카를 타고 있나요? 혹시 비행기…? 잠시 앉아서 소풍을 하고 계신 분도 있겠네요. 무엇이 됐든 여러분들은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 거예요.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향하시길 바라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