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호/사무사] 무언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2021-11-29     편집장

한국교원대신문의 편집장이라는 기자 대표의 자리에서 일한 지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막막하고 어려운 일의 연속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기에 미숙하고 어리숙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바쁜 나날에 진짜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하기도 했었다. 결과를 위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지는 않은가 후회하기도 했었다. 쉬운 마음으로 대표를 맡았지만, 그 대표라는 자리는 너무 무겁고 어려웠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무겁고 어려운 자리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다. 선사시대에 생존을 위해 부족을 이끌어 나갔던 장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 하나의 학급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 그리고 조별 과제의 조장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들까지 이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켜 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대표를 필요로 했다. 누군가는 앞서 나아가야 했고, 누군가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누군가는 갈등을 중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표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혼란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만큼 대표라는 자리는 중요하고, 그렇기에 무겁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대표라는 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조별 과제에서 조장을 맡는 것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단체의 대표자는 공석으로 남아있다.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대표는 하지 않으려고 하며, 오히려 그러한 대표를 맡는 사람에게 어리석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대표로서 해야 하는 일을 부담으로만 여기며, ‘나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곤 한다. 혹여나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지어야 할 책임과 다른 사람의 비난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의 분위기는 우리 사회의 대표를 지워내 간다.

 

우리는 더는 대표를 소비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대표는 우리에게 봉사해야만 해’, ‘대표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해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자. 그리고 어려운 자리에 있는 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함께하자. 그래야 비로소 대표는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는 우리의 지지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의 신뢰와 지지가 있기에 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을 올바른 곳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발 앞에서 그리고 한 발 뒤에서 모두를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모습이 곧 대표의 모습이고, 대표의 모습이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