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호/교육] 양질의 교육을 위해, '교원업무정상화'를 향하여
1교시 수업시간,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갑자기 방과후학교 안내 업무 메신저가 울린다. 3-4교시, 과학 실험 도중 토요스포츠클럽 안내 업무 메신저가 울린다. 게다가 수업 도중인데 학생 통학로 조사 결과를 달라는 업무 전화마저 오고 해당 업무를 수행한다. 수업 방해에 그치지 않는다. 6교시 마지막 수업 이후 다음 주 수업 준비를 하려고 하였으나 안전공제회 등록과 일지 정리 등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이후 바로 장학금 대상자 선정 회의에 출석한다. 4시 40분, 결국 나이스 출석-결석계 대조와 결석생 평가 계획을 위해 초과로 근무한다. 다음 주 수업 준비는 다른 급한 잡무들에 밀려 초과 근무 이후에야 가능했다.
| 전체 교원의 행정업무 양에 대한 인식 | |
|
매우 많다 |
51.6% (1,491명) |
| 많다 | 39.1% (1,130명) |
| 적당하다 | 8.4% (243명) |
| 적다 | 0.4% (12명) |
| 매우 적다 | 0.4% (13명) |
◇ “바빠서 한 명 한 명한테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었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8월 ‘교원 행정업무 경감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 초등교사의 하루 일정이다.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한 교사의 불편감은 비단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교총의 ‘교원 행정업무 경감 설문조사’에 따르면 행정업무가 많다는 데 교사 절대다수(90.7%)가 동의하였다. 더 나아가 특정 종류의 행정업무를 ‘교사가 담당해서는 안 된다’에 응답한 비율이, 항목별로 낮게는 68.1%, 높게는 96.4%에 달하였다.
제시된 행정업무는 ▲돌봄교실 관련 ▲CCTV·정수기 등 시설 및 환경 관련 ▲방과후학교 관련 ▲재난·안전 관련 ▲교과서·우유급식 관련 ▲정보 관련 ▲취학대상자와 미취학자 소재확인 관련 ▲계약제 직원 관련 등이었다. 세미나 토론문에 따르면 이외에도 저소득층 지원사업, 학교 주변 유해시설 파악, 각종 체험학습 관련, 학부모교육, 생활교육, 학교폭력 사법제도, 각종 위원회 및 기구 파생 업무도 교사 몫이다.
교원단체와 교사노조는 이러한 업무 부담이 법상의 직무 범위가 아니며, 이로 인해 제대로 교육할 수 없음을 입을 모아 지적한다. 교육의 질 저하는 교사 업무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 ‘한국의 교사들은 어떻게 동원되는가(서울교사노조, 2019)’에도 나타난다. “되게 과외로 일이 많아요. … 애들하고 수업 진행하고 그럴 때 애들한테 코멘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애들이 찾아와도 제가 바빠 가지고 애들한테 코멘트를 해 줄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니까 길게 할 거를 그냥 했니? 안 했니? 이렇게 확인하는 정도?”
◇ 실효성 없는 대책 … “돌봄행정과 결별할 때다”
교육부는 이런 목소리를 수렴하여 2013년부터 행정업무 경감과 교원업무정상화를 위한 여러 사업을 펼치지만, 실효를 못 보는 실정이다. 돌봄행정도 한 예다. 현재 돌봄 담당교사 및 부장교사가 돌봄행정을 대부분 수행하거나 이에 관여하는데, 돌봄전담사 측과 교사 측은 줄곧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이하 개선안)을 교육부에서 지난 8월 발표하였는데 이전과 마찬가지로 각 교원단체와 교사노조는 비판과 우려를 내었다.
개선안에서 행정업무 관련 주요 내용은 돌봄전담사 근무시간 확대와 돌봄행정 조직 개선으로 볼 수 있다. 돌봄전담사가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적정화하되 ‘6시간 돌봄 + 1~2시간 준비·정리·행정업무’를 예시로 한다. 그리고 단위 학교 업무분장으로써 돌봄전담사를 교무행정지원팀에 소속시키고 운영 사항을 지원팀에 일임하여 교원 행정업무 경감을 도모한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점 ▲상시전일제를 하나의 예시로만 제시하였다는 점 ▲돌봄전담사 근무시간을 시도교육청에 이임하였다는 점 ▲학교장 재량인 업무분장으로써 단위 학교에 책임을 넘겼다는 점 ▲체계를 바꾸면서도 ‘교사 배제’는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효력이 의심된다. 실제로 전일제 돌봄전담사가 배치되어 있음에도 교사가 여전히 업무 상당수를 다룬다며 서울교사노조는 교사 6,691명, 인천교사노조는 교사 2,421명의 서명을 각 교육감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교육부의 개선안을 따라 계획을 수립한 곳은 충북, 전남, 대전 세 곳의 교육청뿐이고 나머지 14개 시도교육청은 온전히 이행치 않고 있다.
행정업무 과다 등 때문에 요원한 교원업무정상화는 단순히 업무 재분배·경감, 인력 충원, 재량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교육의 질, 관련 업무의 질, 일그러진 구조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다. 교육부는 물론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나아가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