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호/기자칼럼] 오늘도 기록하셨나요?

2021-11-15     이유진 기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늘을 기록하는 우리는 모두 기록자이다. SNS를 이용하여 자신의 일상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블로그에 평소 생각을 글로 적어서 올리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날마다 있었던 일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초등학생 때 우리의 골머리를 썩였던 숙제인 일기와도 비슷해 보인다. 방학이 끝나갈 때마다 몰아서 썼던 일기와는 달리, 지금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에는 생각과 감정이 깃들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빅뱅, 투애니원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 당시의 내 모습과 친구들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처럼, 기록을 보면 까맣게 잊었던 일도 어슴푸레하게 떠오른다. 5교시 수업 시작 전에 매점에 들러서 후다닥 먹는 아이스크림, 추운 겨울밤 핫팩을 꽉 쥐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보이던 별, 불안해하고 힘들어할 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 주시던 선생님의 말씀과 같은 소소한 일상들의 기록. 아주 작은 추억과 행복이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오늘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속담은, 우리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몇 개월이나 몇 년 전의 고민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터무니없이 간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와 같이 근본적인 의문들은 종종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는다. 단단히 엉켜 어디부터 풀어 나가야 할지 막막한 생각은, 지나간 날의 기록 속에서 그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내가 남겼던 기록을 하나하나씩 주워 모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바쁜 일상에 마모되어 흐릿해지던 가 다시 선명해진다.

기록은 조각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데 엮는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더 나은 내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낀 점,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피드백을 기록하며 경험을 꾸준히 쌓는 행위는 어제의 아쉬움이 오늘 또 남지 않도록, 내일을 향한 기대가 단순한 기대로만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 오늘의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그 모든 기록은 우리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나아가게 한다.

인류 문명은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기록을 사용해 왔다. 한 세대가 일궈 낸 지식은 음성 언어와 글, 그리고 그림으로 기록되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됐다. 특히, 어지러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일어난 참사와 학살은 역사로 기록해 후손들이 기억하고 명심하도록 했다. 과거에 했던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경계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록에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이 마냥 야속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기록으로 오늘을 잘 보내 주고 내일을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