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호/사회탑]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해야…헌법소원 제기돼

2021-11-15     박민정 기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이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단체교섭에 있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교섭 대표가 된 노동조합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절차를 일원화하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소속 노동조합과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현재 교섭 대표노동조합 선정에서의 비효율성, 교섭 위축, 교섭권과 쟁의권 침해, 사용자에게 과도한 권한 부여 등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20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달 29, 민주노총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과 함께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재차 제기했다.

 

효율적인 교섭, 근로조건 통일 보장하기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일 경우 교섭 대표노동조합(이하 대표노조)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표노조를 결정해야 한다. 대표노조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대신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대표노조를 정할 때는 먼저 일정 기한 내에 교섭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대표노조를 결정한다. 기한 내에 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대표노조가 된다. 이 방식으로도 대표노조가 정해지지 않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으로 구성되는 교섭대표단이 대표노조가 된다. 이러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교섭을 요구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성 있게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한 효율적이고 공정한 교섭? “전혀 아님

지난해 2월 민주노총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올해 1029, 민주노총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같은 목적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제29조 제2, 29조의2 1·3·4, 29조의5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효율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속노조 복수노조 실태 및 대응과제 연구(금속노조연구원, 2017)’에서는 단체교섭 단일화 절차로 인해 교섭 대표노조를 결정하기까지 최소 3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며, 그 기간에서 노사당사자가 투여하는 시간과 유무형의 비용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만약 사용자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거나, 과반수로 노조를 결정한 것에 이의가 있는 경우 등이 발생하게 된다면, 노동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분쟁 해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소요되는 시간과 유무형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개월째 단체교섭이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조현주 변호사는 효율적 교섭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오히려 교섭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 제도 자체가 사업장 단위에서 교섭창구 절차를 통해 대표노조를 정하고 교섭을 하도록 하여 초기업별 노조의 초기업별 교섭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말했다.

대표노조가 결정된 이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표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교섭에서 어떤 안건을 다룰 것인지 등을 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타 노조에 공유한다면, 최종적으로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진 후 찬반투표를 할 때 타 노조의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조현주 변호사는 사실상 대표노조가 체결한 협약의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합원들은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권한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라며 교섭권 자체가 박탈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쟁의권에 관련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고 나면 누가 대표노조가 되었느냐에 따라 쟁의를 진행할지와 쟁의 횟수 등이 달라져 소수노조가 쟁의를 진행하고 싶어도 대표노조가 쟁의를 원하지 않으면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라며 쟁의권이 위축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개별 교섭에 관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교섭하기로 한 사용자가 특정 노조의 개별 교섭 요구에만 동의하고, 특정 노조의 개별 교섭 요구는 거부하는 방식으로 교섭 상대방을 정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라며, “근본적으로 사용자가 단체교섭권을 노조에 부여하거나 박탈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 37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조현주 변호사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것, 쟁의권의 본질적인 내용은 쟁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행사를 막는 것은 그 권리 자체를 박탈한다고 할 수 있다라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의 당위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