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호/이주의 영화관] ‘아네트’ : "이것은 영화입니다"

현정우(컴퓨터교육·17) 학우

2021-11-01     한국교원대신문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로 국내에 유명세를 떨친 프랑스의 영화감독 레오 카락스가 2012<홀리 모터스>를 만든 후 9년 만에 만든 작품, <아네트>는 사랑과 몰락과 운명에 관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등 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고 2시간 2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진 이 서사극은 그동안 프랑스어 대사들로만 이루어진 영화를 만들어 온 레오 카락스 감독의 첫 영어권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처음 미국의 신스팝 밴드인 스팍스(Sparks)의 제의로 만들어졌습니다. <홀리 모터스>가 공개되고 시간이 지난 후, 스팍스는 카락스 감독에게 뮤지컬 영화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영화에 쓰일 뮤지컬 넘버 열다섯 곡은 이미 모두 완성된 상태였고, 평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던 카락스 감독은 이 요구를 흔쾌히 수락합니다.

그렇게 수년에 걸친 제작 끝에 <아네트>는 어느 장대한 비극을 다룬, 대부분의 대사들이 노래 형식으로 차용된 성-스루(Sung-Through; 대표적으로 <레미제라블(2012)>이 성-스루 영화임) 뮤지컬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의 첫 노래이자 오프닝 곡, “So May We Start?”가 울려 퍼지며 하나의 쇼(show), 영화, <아네트>가 시작됨을 알립니다. 영화를 만든 스팍스 형제, 주연 배우들, 감독과 감독의 딸, 코러스와 합창단, 조연들이 거리를 걸어가며 노래를 부릅니다.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서로 다른 차에 올라타면 오프닝 타이틀이 등장합니다.

카락스 감독 본인이 말했다시피 <아네트>나쁜 아빠에 관한 영화입니다. <아네트>의 남자 주인공 헨리는 자신의 질투와 증오, 분노에 의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벌일 수 있는 인물이자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 적어도 하나씩은 갖고 있을 가장 근원적인 슬픔과 아픔, 충격과 상실감을 드러내며 그 누구나 이입하고 똑같이 슬퍼할 공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한때는 찬란했지만 이젠 빛바래 버린 유년기, 처음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하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동시에 비난받던 순간의 격렬한 감정, 영화가 흘러감에 따라 <아네트>는 더더욱 돌아올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이 흐르는 바다로 쉴 틈 없이 관객들을 이끕니다.

끝없이 구슬프게 긴장을 조성하는 스코어들도 한몫하지만, 그 자체로 충격적인 이야기, 그리고 실제 현실을 반영하듯 회화처럼 짜인 화면에서 움직이는 배우들, 사물들, <아네트>는 보는 이들의 가슴 깊은 곳 면면을 훌륭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특정 대사는 노래로, 특정 대사는 일반적인 말로 처리하며 때론 등장인물들의 진심을 듣는 듯한, 강한 설득력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조성된 긴장감이 2시간 21분이라는 시간을 충만하고 빈틈없이 메웁니다. 영화 <아네트>1027일 개봉하여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극장에서든 안방에서든 어디에서든 <아네트>를 보실 때 반드시엔딩 크레딧 끝까지 보셔야 합니다! (영화 내용에 포함되는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