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호/사무사] 백신, 불평등을 이야기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는 큰 변화를 맞이했고, 어느새 그 변화들이 ‘뉴노멀(New Normal)’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의약계에서는 새로운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냈고, 우리 몸을 보호해 줄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70% 이상의 국민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이제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국가들에서는 백신 물량을 발 빠르게 확보하여 전 국민에 대한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감염병의 전파 속도를 억제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로 도약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는 여전히 백신을 기다리고만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의 경제 분석 기관 EIU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개발 도상 국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했고, 2023년까지도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을 국가들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통계 집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의 ‘세계 백신 접종률 현황표’를 살펴보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에티오피아 등의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0%대이다. 또 아프리카 대륙의 접종률은 5.4%로 아시아(40.91%), 북아메리카(50.46%), 유럽연합(64.68%)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2회 접종 이후 부스터 샷을 위한 백신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코로나19 백신의 공급에 ‘빈부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제약 회사는 백신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각 국가에 부당 계약을 강요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 단체 ‘퍼블릭 시티즌’에 의해 미국의 화이자 백신 제조사가 자신들이 가진 유리한 지위와 각국의 급박한 사정을 이용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불공정 계약을 맺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화이자와 일부 국가 간의 계약 내용에는 주권 면제를 포기하는 항목,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을 국가에 요구하는 항목, 자사 백신을 사거나 공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항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관행과 어긋남에도 일부 국가들은 백신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계약을 맺게 되었다.
‘백신’은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게 하여 우리 몸을 지키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돈’이 있는 자가 백신을 독점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제약 회사의 횡포와 갑질 사례는 백신이 ‘의약품’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잃고,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권력과 부패’를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세계 인권 선언 제3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백신에 “생명”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