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호/교육] 경북도의회, 학교도서관 개방 및 진흥 조례안 입법 예고
‘전담 인력 업무 과중’, ‘학교 안전성 저하’ 지역주민 우려 커
경상북도의회 최병준 도의원 외 11인이 9월 9일 학교도서관진흥법과 도서관법에 근거한 ‘학교도서관 개방 및 진흥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가 통과되면 경상북도교육감은 학교도서관 개방 계획 등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학교장은 학교도서관 개방 계획에 따라 학교별 실정을 고려해 학교도서관을 개방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발의된 조례지만, 학생 안전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표 발의자인 최병준 의원은 해당 조례는 임의규정으로, 모든 학교도서관을 의무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 조례 통과되면 지역사회 모두 위한 학교도서관 될 것
경상북도교육청 학교도서관 개방 및 진흥 조례안은 학교도서관진흥법과 도서관법과 관련이 있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제6조 2항과 도서관법 제7조 3항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은 그 설립 목적의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과 도서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경상북도의회 학교도서관 개방 및 진흥 조례안은 해당 법에 따라 학교도서관을 개방하고,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 조성을 통해 평생교육 발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해당 조례에서는 ▲학교도서관 개방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 ▲매년 학교도서관 개방 실태조사 실시 ▲학교도서관 운영 원칙과 현황 평가 ▲학교도서관 개방 및 진흥 사업 ▲학교도서관 자원봉사자 활용 ▲사이버도서관의 설치 및 운영 ▲지역대표도서관,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 등과 협력 체계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조례가 통과되면 기존에 학생과 교직원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학교도서관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을 개방하게 된다면 학교장은 개방 일자와 시간, 이용 대상을 공고하고 지역주민에게 홍보해야 한다.
◇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을 위한 것, 개방하기엔 인력과 안전성 부족해
조례안 발의 전 진행된 학교장 및 학교도서관 담당자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결과에 따르면, 교육 현장은 해당 조례안 제정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원의 활동 지원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진흥은 학교도서관보다 지자체 공공도서관과 평생교육기관이 주가 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경상북도 내 학교도서관의 전담 인력인 사서교사와 사서 배치율은 17.53%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을 개방하게 된다면 전담 인력의 업무 과중은 당연하고, 학생들의 안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담당자들은 8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된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이 50% 이상 확보된 이후에 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입법 예고 이후 주민들의 반대도 극심했다. 불특정 다수가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학교에 드나들게 되면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안전사고의 가능성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자제해야 할 때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사생활 침해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은 교실과 마찬가지로 학생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학생을 위한 교육 공간의 일종인 학교도서관을 개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상북도의회 홈페이지 ‘도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10월 7일을 기준으로 112건의 조례 철회 촉구 의견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학교도서관 개방과 관련된 조례는 현재 17개 시·도 중 대전광역시와 강원도에서만 제정되어 있다. 학교도서관 개방 관련 조례안이 최초로 통과된 대전광역시에서도 외부인 출입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학교도서관이 지역문화센터로 거듭나 지역공동체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 등을 이유로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선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례가 경상북도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상당히 크다. 경상북도의회에서 해당 조례가 통과된다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학교도서관 관련 조례가 제정·시행되는 것이다.
한편 해당 조례는 9월 30일부터 15일간 진행되는 경상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심도 있는 고려를 위해 논의 일자가 연기되었다. 통과 일자가 연기된 만큼 깊은 논의를 통해 현장의 요구와 지역사회의 문화와 교육 발전을 위한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