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호/독자의 시선] 이름표
김우진 (수학교육·18) 학우
무덥던 한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늦은 저녁 편의점에 한 중년 남성 취객이 들어와 아르바이트생에게 난동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는 양손에 든 초코우유를 매대에 내려놓고 취객에게 다가갔습니다. 동등한 성인끼리 상호 존중하시면 좋겠다고, 앞으로도 건강하시라고 안부까지 전하며 문밖으로 안내해드렸습니다. 다시금 편의점으로 들어와 초코우유를 챙겼을 때, 아르바이트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편의점 근무 조끼와 이름표를 재정비하고 다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과연 그의 내면은 어떠했을까요.
친구 사이, 연인 사이 역시 예외는 없습니다. 여기 누군가의 여자친구, 누군가의 남자친구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로의 친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고, 이들의 마음이 통해 이름표의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의 정도와 발전에 따라 누군가의 이름표만 뚜렷해지고 흐릿해질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름표는 고정된 것일까요.
우리는 각종 이름표를 달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낮에는 질책을 온통 받는 회사의 말단 직원이다가도, 저녁에는 마치 왕처럼 행세하며 매장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마음대로 출퇴근하는 사장이다가도 거래처 앞에서는 철저한 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체계의 이름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합니다.
언제든 변하는 껍데기. 당신은 이에 집착한 적이 있나요? 이름표는 분명 나를 표현하고 빛나게 해줍니다. 학창 시절, 취업 준비생 시절, 우리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름표가 정말 나 자신을 대표하고 있을까요? 늦은 밤 편의점을 찾은 취객은, 손님과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직원과 사장으로 만났을 때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맹신하고 행동하기보다는 내면을 다지고 모두에게 진솔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표라는 허울”이 아닌 “나 자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