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호/기자칼럼] 통합교육을 향하여
“청각장애인인 유진이도 받아쓰기 시험에서 매번 만점을 받는데, 귀가 잘 들리는 다른 친구들은 더욱이나 다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순간 나를 포함한 아이들의 얼굴이 경직됐다. 분노한 시선들이 날 것 그대로 내게 하나둘씩 꽂혔다. 그날이 시작이었다. 반 게시판에는 병신이 어떻게 받아쓰기 만점을 받느냐는 조롱 투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아무도 아이들을 막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였다.
2007년 4월 1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14년이 지났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하고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보장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차별이 공공연하게 남아 있다. 인터넷에는 장애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이 만연하다.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는 장애인의 95%가 온라인 혐오를, 73.5%가 직접 혐오 표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은 아직인 듯하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분리되어 비장애인 학생을 일반 교실에, 장애인 학생을 특수 교실에 묶어 배치했다. 이렇게 이원화된 교육은 소통의 단절을 불러왔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대부분 장애가 치료나 보조기기의 착용으로 나아지기는 하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즉, 장애는 극복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개인이 가진 특성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실천할 방법이 바로 통합교육이다.
2017년에 발표된 제5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2018~2022) 계획을 기점으로, 통합교육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통합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특수학교 설립과 특수교사 TO가 증가하였고, 비장애인 학생들과 장애인 학생들이 같은 학급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통합하지는 못했다. ‘통합교육의 발전 방안에 관한 소고:독일 통합교육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이주화, 2013)’에서는 “통합 교실을 담당하는 일반 교사들의 통합교육 지식수준이 낮아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교육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여 그 질을 개선해야 한다. 물리적 또는 공간적 통합으로는 통합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통합교육의 관건은 교사의 통합교육 인식에 달렸다. 예비교사 개개인이 특수교육을 이해하고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교육부는 특수교육개론을 각 교원 양성 대학의 필수과목으로 개설했다. 통합교육의 중핵은 특수교육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나간다면,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서 우리 학우들도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