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호/사무사] 역사는 지금도 계속된다.
평화의 시대에 태어난 저는 ‘전쟁’과 같은 이야기는 동화 속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 시간에 배워온 무수한 전쟁과 그로 인한 고통은 그저 교과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역사는 역사로, 현재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어리기만 했던 저의 생각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었던 제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총 6,500만 명이라는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수의 사람이 사망하였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 사라진 일터, 마비된 경제와 엄청난 전쟁 비용으로 승전국, 패전국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은 큰 고난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고한 이들은 계속해서 희생되고 고통받아 왔습니다.
아프간의 한 소녀는 자신이 좋아했던 청바지와 함께 희망을 태우고 다시 부르카를 입습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배움도 일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도, 정치에 참여하지도 못합니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여성에게도 교육을”, “남성과 동일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라며 소리치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못하고 사라져버립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은 탈레반과 다른 종파를 믿는다는 이유로 ‘인종 청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과거 탈레반은 하자라족 300여 명을 집단 학살하고, 고향에서 쫓아냈으며, 대부분은 빈곤과 천대 속에 살아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악몽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탄압을 피해 고향과 집을 잃고, 떠나온 난민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각 나라는 난민을 ‘골칫거리’, ‘문제’로 치부하며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쁩니다. 어렵게 다른 나라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들도, 그 사회 속의 따가운 눈초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끔찍했던 교과서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자유와 권리는 짓밟혔습니다.
모두가 원했던 평화로운 세상이 존재하긴 했던 것일까요?, 모든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있긴 했던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나 혼자만 상상 속에서 이 평화의 세계를 누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편안한 지금을 위해 불편한 사실들을 회피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상 속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접 마주해야겠습니다.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바라보고 공감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암기의 대상이었던,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의 대상이었던 ‘역사’는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자, 고통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 아픔의 역사 속에 있는 저는 이제 비로소 깨닫습니다.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그 역사의 끝에는 진정한 평화만이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