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호/독자의 시선] 걸어가는 이유

홍수미 (화학교육18·) 학우

2021-05-17     한국교원대신문

꼬불꼬불 이리저리 휘어진 오솔길
터엉 터엉 발치에 채이는 돌부리에 울었고
끝나지 않으리라 두려움 속삭이는 바람소리에 울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길
알 수 없는 모래바람 야속했고
등갗이 찢어지도록 바삐 채찍하는 내 손모가지 야속했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길일 지언정
어찌 끝이 없으랴 나를 달래는 달빛이 고마웠고
흠뻑 젖은 눈물땀 닦아주는 이파리가 고마웠다

그래, 내가 꼬불꼬불 걸어가는 이유
채 다 알 수 없어도 괜찮구나
터벅터벅 걸어가며 보이는 이 작은 꽃 소중하고
희미할 지언정 저 멀리 보이는 빛 그리 밝을 수 없구나

꼬불꼬불 걷다가 또 걷다보면
나처럼 주저앉은 너 안아주고
너처럼 울고있는 나 토닥이며
느릿느릿 걸어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