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호/사회] 인간의 당연한 일상은 동물학대로 완성된다
현행법상 동물보호 어려운 이유 … 동물은 ‘물건’이어서
454호 비건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이틀 간 고기를 먹지 않았다. 체험을 통해 식탁 위 고기는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일상에 동물의 희생이 당연하게 전제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사건,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된 제품, 동물원,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부실한 현행법, 그에 따라 낮은 동물대상범죄 처벌 수준 등….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면서 정작 ‘동물권’에는 관심이 없는 현실은 잔혹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동물학대의 실태를 고발한다.
◇ 동물을 먹고, 입고, 보고 … 일상에 스며든 동물학대
고기반찬은 식탁에서 빠질 수 없다. 외출 전, 피부가 타지 않게 선크림도 바른다. 주말에는 동물원에 놀러 간다. 우리는 일상에서 동물을 소비하는 행위가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다.
가장 먼저, 우리는 동물을 먹는다. 대부분의 육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다. (454호 비건 기사 참고)
우리는 동물을 입기도 한다. 피부에 입히는 화장품도 동물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화장품, 신약·백신 등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실험이 이루어진다. 동물실험을 할 때는 3R 원칙을 준수해야한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실험을 할 때는 실험 시행기관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실험 시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에 따르면, 2020년 윤리위원회에서 동물실험계획서의 심의·승인내역 중 미승인 건은 0.6%에 불과하다. 윤리위원회가 실험을 절차상 심의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실험을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실험과정에서 동물은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실험 전 열악한 계류 환경에서 동물은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 실험 중에는 마취제 없이 생살갗에 화학약품을 바르고 방치된다. 실험 후에는 대부분 안락사 당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비건세상을위한시민모임은 4월 24일 “국내 동물실험의 1/3 이상은 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 매년 동물 130만 마리가 고통스러운 학대와 착취 속에 죽어간다.”라며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2020)’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개체 수는 약 371만 마리에 달했다. 화장품, 타이레놀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제품을 위해 동물은 오늘도 고통을 받고 있다.
인간은 동물을 보며, 유희거리로 소비한다. 우리나라에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6년간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류는 20마리 이상이다. 이처럼 동물원·수족관의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개 공영동물원 중 6곳 중에서 외관상 상처가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관찰됐다. 또한 동물 종 보전에 힘쓰기 보다는 동물을 전시·오락 대상으로 소비하며, 야생의 풍부한 환경을 유사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지며 먹이도 없이 방치되는 동물들이 보이고 있다. 대구의 한 동물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 악화에 문을 닫은 이후 원숭이를 비롯한 13마리의 동물들이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허술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동물원수족관법)에 있다. 현행법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등록할 수 있다. 멸종위기종인 경우에만 동물원·수족관의 사육시설 규모 등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등록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고, 그래서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동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따라서 적절한 종별 사육·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맞는 시설만 ‘허가’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현행법 때문에 실질적인 동물 보호 힘들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2010년 69건에 머물렀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9년 914건으로 10년간 13배 넘게 폭증했다. 또한 경찰청에 따르면 2010~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3,345명 중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304명이었고, 최종 처벌은 ▲벌금형(183명) ▲징역형(39명) ▲선고유예(21명) ▲무죄(4명) 등이었다. 이중 실형을 받은 인원은 10명에 그쳤으며, 이조차도 수개월로 짧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성인 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한 비율은 48.4%였다. 동물대상범죄는 증가하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른 처벌은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 원에 그치고 있다,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과는 반대로 처벌은 솜방망이다.
이처럼 동물대상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이유는 민법상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물건’이기에 소유주의 재산인데, 타인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동물을 죽이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효용을 침해하겠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못하면 사실상 처벌도 어렵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현재 1500만 명을 넘었다. 이에 맞추어 법무부에서는 민법 적용 대상을 기존 ‘인간’과 ‘인간이 소유한 물건’ 두 분류에서, ‘인간’, ‘동물’, ‘물건’ 세 분류로 나누는 민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동물이 보호받고,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생명’이어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일상에 스며든 동물학대에 민감해져야 하며, 동물이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