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호/교육] “쪽문을 열면 더 빠르게 학교에 올 수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문이 열렸다

혁신 자치학교 소담초를 통해 학내 민주주의를 느껴보다

2021-04-19     김민성 기자

올해 초, 세종시의 소담초등학교가 혁신 자치학교로 지정되었다. 4년 동안 운영 경험을 쌓은 세종 혁신학교는 혁신 자치학교로 지정되어 생활과 배움 속 학생들의 자치 확산을 도모한다. 소담초등학교는 지역 연계 교육과 3주체 연석회의 등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며 학교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모두의 목소리로 만들고’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소담초등학교

정유숙 교사는 혁신학교로서의 특색에 대해 같이 만들어나가기 위한 소통을 꼽았다. “교육과정 내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모여 학급이든 학년이든 마음 맞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무엇을 해나가고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는 협의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전체 범위의 안건은 주로 교장, 교감, 교무 선생님이 기획하고 학급으로 내려오는 그런 구조이다. 그러나 거꾸로, 혁신학교는 같이 만들어가야 하다 보니 다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그러한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협의체를 바탕으로 내용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치학교에서 저희가 할 과제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역과 협력하여 안정적인 학교를 만들어온 것도 소담초등학교의 자랑이다. 정유숙 교사는 “1년짜리 담임의 역할을 넘어 좀 더 아이들을 길게 보려고 했다. 교사는 학교를 떠나지만, 학부모님과 아이들은 이 지역에서 계속 학교에 다닌다. 이를 고민하며 지역과 협력체계를 만들려고 했다. 소담초등학교와 함께 소담유치원, 소담고등학교 모두 같은 혁신학교이고 여기서 함께 고민했던 학부모분들이 이 지역에 계시니까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괜찮았다. 그 과정 안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님들 이해도도 좀 넓어지신 것 같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소담마을 인생학교라고, 마을 안에서 아이들이 잘 커나가도록 도와주는 활동이 있다. 틈새 돌봄이라고 하는데,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끝나고 돌봄교실이나 학원으로 갈 때까지 놀이 동아리를 운영해주시는 활동이다. 소담고등학교에서도 교육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유치원과도 협력해서 숙제 같은 것도 기획하려 하고, 복합커뮤니티와 행사를 연결하기도 한다.”라며 마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소개했다.

 

학생이 직접 경험한 민주주의, 더 값진 경험 된다

학내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지향하는 소담초등학교에서는 ‘3주체 연석회의가 이루어진다. 3주체 연석회의에서는 매달 대의성을 지닌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여 학교의 행사와 학교운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양정렬 교사는 아이들의 입에서 쪽문을 왜 막아놨냐. 열어두면 더 빠르게 우리 학교에 올 수 있다.”라는 안건이 나왔고 타당성이 있어 연석회의에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학급회의와 전교학생다모임을 거쳐 연석회의에 반영이 되어 결국 쪽문을 열어주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 형식적인 3주체가 모여 교장 선생님만 말씀하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라고 민주적인 소통 현장을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학급회의에서 언급하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것은 백번의 민주주의 교육을 한 것보다도 아이들에게 더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경험을 통한 민주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3주체 연석회의에 학생대표로 참여한 윤주아 학생은 학생대표는 전교학생다모임 회의 내용을 선생님들과 학부모님께 공유한다. 또 학교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학교의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여 학생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 학교가 움직인다. 한 명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유숙 교사는 학부모님들을 정기적으로 공식적인 의견을 가져오는 창구로 만난 적은 별로 없었고, 개개인의 교사가 전화나 민원으로 감당하는 수준으로 만나 왔었다. 요즘은 학교에 협력하려고 공적으로 모인 학부모회가 있어, 교사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 학부모의 시선에서 보충되어야 할 것들을 잘 챙겨준다. 참석하는 학생들도 (발언이) 자유로운 만큼 그에 책임지는 구조이다.”라고 3주체 연석회의를 바라보았다.

 

자치학교로서의 향후 방향에 대해 정유숙 교사는 혁신학교는 도달해야 하는 정해진 4대 과제가 있다. 그것들을 넘어 교육적으로 우리들의 현안에 맞게 공동체가 자율성, 책임성 그리고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자치학교이다. 교육과정이 학년과 학급으로 좁혀지는 위계 그룹 안에서만 작용해 교실 선생님들은 학교 전체 맥락에서 거리감이 있는 형태로 존재해 온 것이 과거의 학교였다. 그런 벽과 위계를 허물어 내기 위해 학교 전체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 수업시간에서 배움을 익히는 곳에도 자치요소가 다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교사가 가르치고 아이들이 배우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든지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다. 특히 수학 교과를 중심으로 스스로 더불어라는 방식으로 같이 배우고 있는데, 학교 안에서의 모든 삶의 영역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가치로운 말이고 실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가야 한다.”라고 생활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숨 쉴 학교문화를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