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시론] 교과교육공동연구소의 복원과 교과교육학의 정립

2016-11-22     김경한(교육연구원장)

2016년 10월 25일자로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연구원에 교과교육공동연구소가 다시 복원되었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는 1992년에 설립되어 운영되다가 2007년 교육부의 예산 전면 중단으로 폐소되었고 이번에 다시 10년 만에 부활하였다. 그동안 교육연구원에서는 한국교원대학교의 학문적 정체성과 특성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핵심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그 방향성을 현장 중심의 교과교육과 교사교육 연구로 정립하고 이를 집대성하는 장기중점연구소로서 교과교육공동연구소를 복원하고자 노력하였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교원대학교의 설립 취지 혹은 주요 기능 세 가지는 “교육,” “연수,” “연구”다. 그 중 연구 부분에서 한국교원대학교의 중요한 성과로 간주되어온 것은 1985년 개교 이래 우리나라에 “교과교육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태동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한국교원대학교는 교과교육공동연구소를 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에 유·초·중·고 교과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였고, 그 연구 성과를 교사연수를 통해 현장에 보급하고 확산하였다. 1993년에는 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유·초·중·고 교사도 교과교육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교사가 주도하는 교과교육연구회가 전국에 확산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교과교육 연구에 대학 연구진과 현장 교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식을 갖춤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교과교육공동연구, 즉 대학과 현장, 이론과 실제, 나아가 일반교육학과 교과교육학의 공동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위상을 지닌 교과교육공동연구소가 걸어온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는 1992년 교육부로부터 총 2억원의 연구비로 시작해서 매년 증액된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나 외부로부터 한국교원대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특혜 시비가 일어 2001년부터 운영 방식을 이원화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교과교육공동연구 사업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교원대학교 교과교육공연구소가 분할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였는데, 연구과제 신청, 선정, 관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연구 수행 지원, 연구 결과 심사, 보급 및 전파는 교과교육공동연구소에서 담당하는 체제로 개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원대학교에 대한 특혜 시비가 멈추지 않자 마침내 교육부는 2007년 한국교원대학교 교과교육공동연구소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고 사업 주체를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 일원화하였다.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예산 철회는 교과교육공동연구소의 자동적인 폐지를 초래하였고, 한국교원대학교의 학문적 특성을 브랜드화해온 교과교육공동연구는 차질을 빚게 되었으며, 대학의 “연구” 기능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물론, 한국교원대학교에는 다른 많은 연구소들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연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 연구소는 주로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수주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개소된 연구소들로서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연구 성격이 강하고, 또한 정해진 계약 기간 동안에만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 종료 후에는 유명무실한 연구소가 되기 쉽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가 폐지된 후 현재 한국교원대학교의 중점 연구 기능과 관련된 정책은 답보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학문적 전문성을 브랜드화하는 연구를 게을리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대학 경쟁에서 뒤쳐지고 나아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는데 실패할 것이다.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대학 고유의 브랜드 연구에 초점을 두는 중점연구소를 설립하고 그에 대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육연구원에서는 한국교원대학교 고유의 학문적 전문 지식과 기술을 특성화하는 장기중점연구소 기능의 교과교육공동연구소를 복원하게 되었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는 그간의 교과교육공동연구의 전통을 되살려 현장 중심의 교과교육적 교육 해법을 연구하여 우리나라 교육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씽크 탱크로서, 이를 테면 한국교육개발원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국책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연구하는 정부기관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이들 정부연구기관들이 제시하는 교육 이론이나 이념을 제도화하여 하향식(top-down)으로 학교 현장에 전달하는 방식, 즉 연구자 중심, 이론 중심, 일반교육학 중심으로 수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 대하여 교육부의 전폭적인 예산과 인력 지원을 받는 정부연구기관들을 상대로 한국교원대학교가 경쟁력 있는 차별화된 교육 정책이나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원대학교만의 차별화되는 학문적 전문성이란 무엇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결국, 그것은 한국교원대학교만의 고유한 교육자원으로서 교과교육과 교사교육을 살린 상향식(bottom-up) 연구, 즉 교사 중심, 현장 중심, 교과교육학 중심의 연구로 귀결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한국교원대학교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물론, 이 둘의 합, 즉 하향식과 상향식 교육 연구의 합이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는 다른 사범대학 혹은 교육대학과 달리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초·중·고 교육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교육목적특수대학으로서 유·초·중·고 교과교육과 교사교육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연구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현장교육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무릇, 교육의 변화는 이념이나 이론에서 출발하지만(top-down), 그 완성은 교사가 현장교실에서 그것을 각 교과에 맞는 내용과 형식으로 구현함으로써(bottom-up)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다. 현재 2015 핵심역량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창의성 교육도 그것이 현장의 교과교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상향식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교원대학교이며, 그러한 연구가 한국교원대학교 고유의 학문적 특수성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에서 수행하는 교과교육공동연구는 현장 중심 교과교육과 교사교육에 관련된 연구를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현행 교육학 총론에서 교과별 각론으로 전달되는 하향식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우리나라의 제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교과교육공동연구는 역설계(backward mapping) 방식을 기반으로 교과별 우수수업 사례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교과별 교수·학습 및 평가 모형을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에 피드백을 제공하며, 나아가 교사양성기관의 양성체제와 연수체제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학문으로서 교과교육학 정립을 꾀하고 나아가 사범대학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교과교육공동연구소의 복원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연구소의 복원에 많은 도움을 주신 총장님 이하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연구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학내 구성원 여러분의 많은 연구 지원 부탁드리면서 교과교육공동연구소가 추진하는 교과교육학 정립을 통해 교과교육학이 우리대학의 학문적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